[초유의 국가전산망 마비]
타당성 재조사-사업자 선정 유찰… 계획 이후 11년 지나서야 첫 삽
작년 신축예산 251억→올해 16억… ‘센터간 정보교환 시스템’ 늦어지며
다음달 개청도 현재로선 불확실
29일 충남 공주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제4센터인 ‘재해복구 전용 데이터센터’ 주변에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 이곳은 2023년 시설 공사는 끝났지만 데이터 백업 기능만 일부 수행하는 ‘반쪽 센터’로 운영 중이다.
공주=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정부가 화재 등 비상사태 발생 시에도 국가 정보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충남 공주에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제4센터 설립을 추진하고도 사업자 선정 유찰과 재난복구 시스템 도입 등을 이유로 18년째 문을 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정자원 대전 본원 화재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데이터 이중화(백업) 목적으로 계획된 공주센터가 예정대로 가동됐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국정자원 공주센터 주변은 성인 키보다 높은 철조망이 촘촘하게 둘러져 있었다. 산 중턱 외진 곳에 있어 오가는 이들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공주센터는 2023년 5월 시설 공사가 끝났지만 재난복구 시스템 등 설치가 지연되면서 데이터 백업 기능만 일부 수행하는 ‘반쪽 센터’로 운영 중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4년 회계연도 결산(행정안전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국정자원 공주센터는 정부 데이터 백업을 위한 핵심 설비로 2008년 ‘정보보호 중기종합계획’에 포함돼 2012년까지 센터 구축을 완료하고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타당성 재조사 2회, 사업자 선정 유찰 7회 등을 거치며 지연돼 2019년에야 첫 삽을 떴다.
정부는 2024년 11월부터 공주센터를 가동할 계획이었으나 2023년 11월 정부 행정 전산망 장애 사태가 발생하며 ‘액티브-액티브’ 재난복구 시스템을 공주센터에 도입하기로 계획을 수정해 개청일이 재차 연기됐다. 액티브-액티브 방식은 두 데이터센터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구조로 한 센터에서 장애가 발생해도 다른 센터에서 중단 없이 서비스를 운영하는 체계다.
사업 계획이 변경되면서 예산도 삭감됐다. 2024년 공주센터 신축 예산액은 251억5000만 원이었으나 77.2%만 집행됐고, 올해 예산엔 16억1400만 원만 반영됐다. 내년도 예산은 행정안전부가 74억4200만 원을 요청했으나 기획재정부 조정 과정에서 43억7300만 원으로 줄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액티브-액티브 재난복구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데이터 이전 대상을 전체적으로 축소했다”며 “이전 대상 데이터가 줄면서 운영·유지·관리비가 감소했고 이에 따라 총사업비도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주센터는 예정대로라면 다음 달 문을 열 예정이지만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재난복구 시스템 구축에 추가로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정처는 “신축 과정에서 발생한 환경 변화에 대응한 계획 변경이 불가피했다는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감사원에서 주요 행정·공공기관 장비의 재해복구 시스템 구축·운용이 미흡하다고 지적한 만큼 공주센터 구축이 시의성 있게 마무리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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