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장비 장애 발생해도 안 바꾸고, 예산부족 이유로 사용기한 연장 관행”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초유의 국가전산망 마비]
2년 전 행정망 마비와 판박이
감사원 “교체기준-이중화 대책 필요”

28일 국과수 요원들이 화재가 완진된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5.09.28. 대전=뉴시스
28일 국과수 요원들이 화재가 완진된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5.09.28. 대전=뉴시스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의 전산장비 노후화와 안일한 관제 시스템 관행 등이 2023년 11월 대규모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의 원인이 됐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26일 발생한 국정자원 대전 본원 화재의 원인으로 배터리 노후화 문제가 거론되는 가운데 2년 전 감사원 감사에서도 장비 노후화 문제가 지적됐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29일 공개한 ‘대국민 행정정보시스템 구축·운영 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11월 17일 정부24 등 189개 행정정보시스템에 동시다발적 장애가 발생했던 전산망 마비 사태와 관련해 감사원은 국정자원의 취약한 노후 장비 관리 실태를 지적했다.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장비 교체 시기를 늦추다 보니 높은 고장 위험에도 일부 노후 장비들이 방치돼 장애 발생률이 100%를 넘을 때까지 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감사원은 노후 장비가 늘어날수록 장비 교체 시기를 늦출 수 있게 되는 내용연수(장비 교체 시한) 산정 방식부터 문제라고 지적했다. 내용연수를 현재 사용하고 있는 장비의 사용기간의 상위 85% 수준으로 정하다 보니 장비를 오래 쓸수록 내용연수도 늘어나게 돼 고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 실제로 2023년 행정시스템 마비를 일으킨 원인이었던 라우터는 2008년엔 내용연수가 6년이었지만 2022년엔 9년으로 늘어났다. 주요 인터넷 기업들은 장애 발생률이 높아지기 전인 4, 5년 주기로 전산장비를 교체하고 있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처럼 노후 장비들이 방치되면서 데이터 저장 장치는 내용연수 도달 시점에 장애 발생률이 108%에 달했다. 모든 장비에 한 차례 이상 장애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최근 발생한 국정자원 대전 본원 화재를 두고도 리튬이온 배터리 노후화 등이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배터리 노후화 문제, 작업자 과실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리튬이온 배터리는 이번 감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느슨한 장애 대응도 지적을 받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2023년 전산망 마비 당시 오전 1시 42분경 관제시스템에 장애 알람이 발생했지만 국정자원 본원 종합상황실은 알림창을 닫아둬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정부서울청사 당직실은 문제를 인지했음에도 이를 종합상황실로 제대로 전파하지 않았다. 사태를 조기 수습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에서 국정자원과 행안부에 장비 교체 기준 정비 및 이중화 체계 구축 등 재발 방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감사는 윤석열 정부 당시인 2023년 11월 전산망 사태를 계기로 지난해 이뤄졌으며 올해 8월 최종 확정돼 화재 발생 9일 전인 9월 17일 관계 기관에 통보됐다. 이를 두고 감사원의 지적에도 국정자원과 행안부 등 관계부처가 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다가 무방비 상태로 화재가 발생해 전산망 마비 사태가 초래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전산망 마비#국정자원#국정자원 화재#감사원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