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9일(현지 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리는 핵을 절대로 내려놓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경우에도 이 입장을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018년 이후 7년 만에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에 북한 대표가 나서 비핵화 불가 방침을 확고히 한 것이다.
김선경 북한 외무성 부상(차관)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우리에게 비핵화를 하라는 것은 곧 주권을 포기하고 생존권을 포기하며 헌법을 어기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부상은 이날 연설에서 “본회의 시작 며칠 전까지만 해도 미국과 동맹 세력은 핵전쟁 연습 선동을 자행하며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를 극도로 긴장시켰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정조준한 한·미·일 군사동맹과 삼각 군사 공조 체제가 보다 공격적이고 침략적인 군사 블록으로 급속히 진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과 동맹국들의 가중되는 침략 위협에 정비례하게 우리 국가의 물리적 전쟁 억제력이 강화되었기에 적국들의 전쟁 도발 의지가 철저히 억제되고 조선반도 지역에서 힘의 균형이 보장되고 있다”며 “우리는 절대로 주권 포기, 생존권 포기, 위헌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대화의 가능성도 일부 열어뒀다. 김 부상은 이날 “자주, 평화, 친선은 북한의 변함없는 대외정책적 이념”이라며 “지난 시기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침략과 간섭, 지배와 예속을 반대하고 자주와 정의를 지향하는 모든 나라, 민족들과 사상과 제도의 차이에 관계 없이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를 존중하고 우호적으로 대하는 나라들과의 다방면적인 교류와 협력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한 바 있다. 김 위원장도 ‘비핵화 포기’를 전제로 북미 대화 재개 의사가 있음을 시사한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남북 간 교류·협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함으로써 한반도에서 지속 가능한 평화의 길을 열어 나가겠다”며 교류, 관계 정상화, 비핵화의 단계적 추진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