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최고인민회의서 식별되지 않아 동향에 주목
北, 노동당 창건일 때 ICBM 화성-20형 공개 가능성
지난 6월 구축함 강건호 진수식에서 ‘함선 등급 및 명명 증서’를 전달하고 있는 노광철 국방상(왼쪽). 평양 노동신문=뉴스1
지난달 최고인민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숙청설까지 제기됐던 북한의 노광철 국방상이 러시아에서 깜짝 등장했다. 북한이 곧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20형’과 관련한 비밀 협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2일 제기된다.
주북 러시아대사관은 이날 텔레그램에 노 국방상이 지난 1일(현지시간)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과 만난 사실을 공개했다.
노 국방상과 벨로우소프 장관은 러시아 모스크바주에서 열린 북한군 헌정 동상 제막식에 참여했다고 한다. 이 동상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소련군과 함께 싸운 북한의 항일 유격대를 기리기 위해 제작된 것이다.
노 국방상은 “우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도하에 주권과 영토 보전, 국익에 대한 권리를 확실히 수호하기 위한 러시아 정부와 군, 국민의 전투를 전폭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벨로우소프 장관은 러시아의 ‘쿠르스크 해방 작전’(우크라이나 침공)에 북한이 군을 파병한 것에 대해 “러시아와 북한의 포괄적 전략적 동맹을 확인해 준다”라고 화답했다.
노 국방상은 지난 20~21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우리의 국회) 제14기 제13차 회의에서 식별이 되지 않아 ‘숙청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노 국방상은 국무위원회 위원이자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직도 맡고 있기 때문에 이번 회의의 참석 대상이었다.
북한이 공개한 최고인민회의 회의 사진을 보면 고위 간부들이 앉는 주석단 중 한 자리가 비어있었는데, 북한이 통상 징계를 받아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근신하는 간부들의 거취를 이런 방식으로 공개해 왔기 때문에 그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노 국방상의 러시아 방문이 확인됨에 따라 그가 오히려 ‘비공개 중요 임무’를 맡아 최고인민회의에 불참한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해진다. 북한은 러시아 매체의 보도가 나온 후에야 주민들은 볼 수 없는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으로 관련 사실을 공개했다.
최근 북한은 신형 고체연료 엔진을 장착한 새 ICBM ‘화성-20형’의 개발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신형 미사일의 개발은 러시아의 기술 협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이 올해 안에 신형 미사일을 시험발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노 국방상이 이와 관련한 논의를 위해 러시아를 찾았을 수 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의회 증언을 통해 “러시아는 북한에게 우주·핵·미사일 관련 기술과 전문 지식 및 물자 공유를 확대하고 있으며, 러시아와의 협력 확대는 향후 3~5년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 발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 러시아는 유엔 무대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발언을 내놨다. 앞으로 북러 밀착이 ‘핵 동맹’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1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 수임 기자회견에서 북한 비핵화 관련 질문에 “러시아에 물을 일은 아니다”라며 “북한의 차관(김선경 외무성 부상)의 유엔총회 연설 내용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라고 답했다. 김 부상은 지난달 29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핵 보유는 주권이며, 우리의 생존권인 핵을 절대로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네벤자 대사는 “이것(핵 보유)은 이미 그들의 헌법에 있다”라며 “당신이 좋아하든 아니든 이것은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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