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단체 “정당한 문제 제기를 ‘허위조작’ 규정할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24일 14시 46분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통과에 공동성명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반대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2025.12.23. 서울=뉴시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반대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2025.12.23. 서울=뉴시스
언론단체가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일제히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해당 법이 시행될 경우 권력 감시 기능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것을 우려했다.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는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인한 언론·표현의 자유 위축 논란이 커지자, 시민사회의 핵심 요구였던 ‘보도 공정성 심의 폐지’,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 ‘허위사실 명예훼손 친고죄 전환’ 중 ‘공정성 심의 폐지’를 제외하곤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언론단체들은 지난 9월 언론중재법 개정 논의가 시작될 때부터 현재의 정보통신망법 개정까지 4개월 동안 법에 담긴 여러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이들은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한 피해 구제의 확대, 허위조작 정보의 규제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이로 인해 언론 본연의 권력 감시 기능과 언론·표현의 자유가 위축돼선 안 된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공공복리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보’는 징벌적 손배 대상에서 제외됐고, 가장 논란이 됐던 ‘타인을 해할 의도 추정’ 요건, 즉 입증 책임을 원고가 아닌 언론이나 정보 제공자에게 전환시키는 조항도 삭제됐다.

정보통신망을 통하지 않더라도 최초 발화자에게까지 징벌적 손배를 묻게 했던 조항도 삭제됐다. 또 기자나 피디 등 언론사 근로자에게는 징벌적 손배를 물을 수 없도록 수정됐다.

언론협단체는 그럼에도 허위조작 정보를 법으로 규제하는 이상 표현의 자유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징벌적 손배가 도입된 이상 권력자들의 소송 남발로 언론 자유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내놨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12.12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12.12

언론협단체는 “정권이 마음먹기에 따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과징금이나,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심의 기능을 이용한 악용 가능성도 우려된다”며 “지난 윤석열 정권에서 우리는 그 위험성을 충분히 확인했고, 언론의 정당한 문제 제기조차 ‘허위조작’이라 규정하고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현실 또한 그대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개정안 추진 과정에서 언론계와의 논의가 부족했다고도 했다. 이들은 “개정안 발의 이후엔 공개적인 토론 과정도 없었다. 처리 시한을 못 박고 서둘러 진행하다 보니, 마지막까지 가장 기본적인 ‘허위조작정보’ 개념을 놓고 우왕좌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며 “‘졸속입법’이란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이유다”라고 했다.

이어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와 허위사실 명예훼손의 친고죄 전환을 위해 형법과 정보통신망법 재개정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한다”며 “이는 민주당이 수차례 공언했고,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으며, 최근에는 폐지 검토까지 직접 지시했던 사안이다”라고 했다.

언론협단체는 “이번 개정안이 현장에서 언론 탄압의 수단으로 변질되지는 않는지, 권력자들이 법망을 이용해 비판 보도를 위축시키지는 않는지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며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내부의 자정 노력 역시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며,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연대에도 적극 동참할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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