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작년엔 “대미투자 시기 조정 가능”…트럼프엔 소용 없나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1월 28일 17시 08분


한미투자 MOU에 명시된 ‘안전장치’ 실효성 의문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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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국회가 무역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관세 재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명시된 ‘대미 투자 안전장치’가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대미 투자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장치로 강조해온 조항들이 미국의 압박으로 실효성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11월 정상회담 이후 관세·안보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sheet·공동 설명자료)’와 함께 MOU를 공개했다.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 등 품목관세와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은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정부는 당시 외환시장 불안 등을 이유로 투자 시기나 규모를 조정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공동설명자료에는 ‘MOU 상 공약 이행이 원화의 불규칙한 변동 등 시장 불안을 야기할 우려가 있을 경우, 한국은 조달 금액과 시기를 조정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으며, 미국은 신의(in good faith)를 갖고 이를 검토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또 투자 대상은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사업으로 한정하고, 수익 배분 구조도 일정 기간 내 원리금 상환이 어려울 경우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정부가 최근 환율 불안 등을 이유로 투자 시점 조정 가능성을 시사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곧바로 관세 원복을 거론하면서 이런 안전장치가 실제 작동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신의를 갖고 검토한다’는 표현은 한국의 요구를 반드시 수용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외환시장 상황을 배려해 투자 속도를 늦춰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투자처 선정 과정의 안전장치 역시 불안 요소로 꼽힌다. 2000억 달러 규모의 현금 투자의 경우 미 대통령이 미 상무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투자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투자사업을 선정하는 구조다. 정부는 투자위원회가 한국의 산업통상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협의위원회’와 협의해 ‘상업적으로 합리적(commercially reasonable)’인 투자만을 선정한다고 설명해 왔다.

이에 대해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행 시기와 방식, ‘합리성’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한국 정부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며 “투자 사업 선정, 투자 규모와 시기 등 모든 문구가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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