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반도체 주52시간 예외 필요 공감”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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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 개발자에 한해 적용 필요성”
반도체특별법 黨토론회서 밝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고소득 반도체 연구진에 한해 ‘주 52시간 예외’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구체적인 소득 기준을 제시하며 반도체 연구진의 주 52시간 근로 예외 적용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표는 3일 민주당 반도체특별법 정책토론회를 주재하며 “1억3000만 원이나 1억5000만 원 이상의 고소득 연구개발자에 한해 그리고 본인이 동의하는 조건에서 특정 시기에 집중하는 정도의 유연성을 부여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냐고 하는 의견에 저도 많이 공감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일하는 고소득 인력에 한해 주 52시간제 유연 적용 제도를 신설하는 방향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 기업에 대해 정부가 재정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산업계와 노동계는 이 법에 반도체 연구진에 대한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 조항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두고 충돌해 왔다. 민주당은 이날 토론회 내용을 토대로 당내 의견을 추가 수렴해 반도체특별법 관련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우리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별법은 필수불가결하다”며 “민생과 경제 살리기를 위해 국정협의회에서 (특별법에 대한) 논의가 신속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토론회 연 이재명 “‘몰아서 일하기 왜 안되냐’에 할말 없더라”
반도체 주52시간 예외 적용에 공감
민주당, 구체적 소득기준 등 마련… 이르면 이달내 공식 입장 밝힐듯
업계 “소득 기준 적용 신중 검토를”… 노조 “근로기준법 사실상 무력화”

기업-전문가 불러 직접 회의 주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3일 국회에서 열린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 제외 어떻게’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반도체특별법의 ‘주 52시간 근로’ 예외 조항에 대해 “특정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냐고 하니 할 말이 없더라”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기업-전문가 불러 직접 회의 주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3일 국회에서 열린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 제외 어떻게’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반도체특별법의 ‘주 52시간 근로’ 예외 조항에 대해 “특정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냐고 하니 할 말이 없더라”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 예외 적용’의 제한적인 도입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52시간 예외 적용에 대한 당내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발의한 반도체 업계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 특례 적용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이 대표가 반도체 연구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 예외 적용에 전향적 입장을 보인 데 대해 반도체 업계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소득을 기준으로 예외를 적용할 경우 충분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노동계는 “노동 조건 최저 기준을 법정화한 근로기준법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 李, ‘주 52시간 예외 적용’에 공감

이 대표는 반도체 특별법상의 주 52시간 근로 예외 적용 여부를 두고 업계는 물론이고 당내에서도 이견이 이어지자 이날 직접 토론회를 주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반도체 특별법상 근로시간 특례 조항은 노사 간 합의 시 주 52시간을 넘어선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야는 반도체 특별법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주 52시간 근로 예외 적용’ 조항을 놓고 이견을 보여 왔다. 국민의힘은 ‘주 52시간 근로 예외 적용’을 반도체 특별법에 담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예외 조항을 도입하더라도 반도체 특별법이 아닌 근로기준법에 담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특정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냐고 하니 (나도) 할 말이 없더라”라고 했다. 그는 “내가 보기엔 (예외 적용이 필요하다는 업계 의견도) 나름 합리성이 있고, 불필요한 쪽은 이 제도를 안 쓰면 된다”며 “악용 소지가 있으면 그걸 봉쇄하면 되고, 구더기가 생기면 구더기를 제거하면 되지 장 담그지 말자는 건 원치 않는 게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1억3000만 원’ 등 근로시간 예외 적용 대상의 구체적인 연 소득 기준도 제시했다. 다만 당 관계자는 “미국에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적용하는 기준(연 10만7432달러)을 환산해 한화로 예를 든 것”이라며 “아직 당내에서 구체적인 소득 기준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당내 논의를 거쳐 이르면 이달 내 입장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내에서는 근로기준법상 탄력근로제나 재량근로제를 확대해 노동부 장관 고시로 시행하는 방안과 반도체 특별법상에 이 대표가 예로 든 고소득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 등이 다양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 노사는 엇갈린 반응

이날 토론회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 노사 관계자 및 노동법 전문가 등도 참석해 직접 찬반 입장을 밝혔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중국 ‘딥시크’ 사태를 보면 미국 인공지능(AI) 업체들은 72시간에서 100시간 범위 내에서 자사 엔진과 (딥시크를) 비교해서 분석했다”며 “우리 기업들이 52시간제와 같은 경직성에 따르게 되면 그대로 손해를 입게 된다”고 했다.

반면 노동계 인사들은 “주 52시간 예외 규정이 전반적인 근로시간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위원장은 “기업 경쟁력을 노동자의 근로시간 탓으로 돌리는 것이 문제”라며 “장시간 노동이 아닌 숙련된 인력 확보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고소득 연구개발자에 한해 주 52시간 적용의 예외를 두자는 ‘조건부 적용’ 주장과 관련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해외 기준을 참고해 고민하는 것은 좋으나 산업계에서 바라는 방향은 연봉에 차등을 두지 않고 주 52시간 적용의 예외를 두는 것”이라며 “연봉 1억 원이 되지 않는 주니어급 연구개발 인력도 많기 때문에 고소득 개발자만 예외로 할 경우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4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반도체특별법에 ‘주 52시간 근로 예외 적용’ 특례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김상훈 정책위의장,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참석한다.

#이재명#반도체 주52시간 예외#고소득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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