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중요 조선소들의 함선 건조 사업을 현지에서 료해(점검)하고 선박 공업의 획기적 발전을 위한 전략적 방침을 제시했다”고 8일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관영 매체들이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건조 현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한 ‘핵동력전략유도탄 잠수함’은 전략핵잠수함(SSBN)을 의미한다. 핵탄두가 장착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다량으로 싣고 핵추진으로 움직이는 ‘북한판 SSBN’을 처음으로 공개한 것.
군 관계자는 “10일 시작되는 한미 프리덤실드(FS) 연합연습에 맞서 대미 핵 보복력의 급진전을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최근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미 핵추진 항공모함의 부산항 입항을 맹비난하며 고강도 도발을 위협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해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향후 대미 협상용 몸값 올리기로도 풀이된다.
●김정은 “설계 완료” 4년여 만에 실체 첫 공개
김 위원장은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 연구가 끝나 최종 심사단계”라며 ‘북한판 SSBN’ 건조를 공식화했다. 당시 국방력 발전의 5대 핵심 과업 중 하나로 ‘핵잠수함과 수중 발사 핵전략무기’를 꼽기도 했다. 이후 4년여 만에 ‘북한판 SSBN’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앞서 2019년 초 김 위원장이 ‘김군옥영웅함(3000t급)’의 건조 현장을 방문한 사진과 비교할 때 이날 공개된 ‘북한판 SSBN’은 길이와 크기가 훨씬 크다. 선체 길이는 100m, 배수량은 6000t 안팎으로 추정된다. 우리 군의 도산안창호급(3000t급) 잠수함보다 덩치가 두 배가량 되고, ‘북극성-4·5형’ 등 대형 SLBM을 6~8발 이상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군과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23년 9월 재래식 추진(디젤엔진, 연료전지) 방식인 ‘김군옥영웅함’의 진수식에 참석해 “핵무기를 장비하면 그것이 곧 핵잠수함”이라면서도 핵추진 잠수함의 건조 계획을 별도로 언급했다.
재래식 잠수함은 수시로 연료를 보충해야 하고, 연료전지 충전을 위해 자주 물 밖으로 나와야 해 위성이나 대잠 초계기 등에 들킬 가능성이 크다. 반면 핵추진 잠수함은 한 차례 핵연료(저농축우라늄)를 장전하면 수십 년간 운항할 수 있다. 또 식량 등 보급물자만 갖춰지면 수개월간 물 밖으로 나오지 않고도 수중 작전이 가능하다.
위성 등에 발각되지 않고 적국 해안까지 접근해 기습 핵 타격은 물론 적국의 핵 공격에도 살아남아 제2격(핵보복)을 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SSBN이 ‘최종판 핵병기’로 불리는 이유다. 군 관계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함께 SSBN으로 미 본토를 겨누면 미국의 대북 확장억제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게 북한의 판단”이라고 했다.
●러, 파병 대가로 소형원자로 등 핵심기술 北 제공 가능성
북한은 그간 SSBN 개발에 박차를 가해 왔지만, 대북 제재로 지지부진하다 러시아 파병으로 돌파구가 열린 것으로 군과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예비역 해군 대령)은 “북한이 대규모 병력과 무기를 제공하는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소형원자로 등 SSBN의 핵심 기술을 얻는 협력이 진전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개된 북한의 SSBN의 성능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도 제기된다. 2년 전 진수한 ‘김군옥영웅함’도 정상 운용이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 큰 ‘북한판 SSBN’을 진수해 전력화하려면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고, 성능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소 5~6년, 길게는 10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북한판 SSBN’의 실체가 드러난 만큼 우리 군도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또다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군 소식통은 “미국의 반대와 막대한 건조 비용 문제가 있지만 북한의 핵 위협이 ‘레드라인(금지선)’에 근접할수록 한국도 핵잠수함 보유 등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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