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한목소리로 헌법재판소를 향해 신속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촉구했지만 그 배경엔 ‘동상이몽’ 격의 서로 다른 셈법이 깔려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 선고기일이 사실상 4월 이후로 넘어가면서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이 퇴임하는 다음 달 18일 전에는 선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재촉하고 있다. 아울러 야당이 추천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헌재가 마 후보자 임명을 기다려선 안 된다”며 헌재에 조속한 탄핵심판 선고를 요구하고 나섰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3.30. 뉴시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에 따른 결론은 파면밖에 없다”며 “헌재가 왜 이렇게 시간을 끄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관들을 겨냥해 “1905년에 나라를 팔아먹었던 을사오적이 있었다”며 “파면이 아니라 나라를 파멸로 이끌 결정을 내린다면 신(新)을사오적으로 역사에 오명을 남길 것”이라고 했다.
원내지도부의 ‘초강경 모드’와 달리 이재명 대표는 ‘헌재 달래기’에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헌법재판관을 향해 “우주의 무게만큼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불면의 밤을 보내며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계실 것”이라며 “이 사건 탄핵사건 심리를 이끌어 오신 노고가 얼마나 컸는가”라고 했다. 이어 “국민이 헌재를 압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가 되어 줄 것이라는 확고한 기대와 열망의 표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與 초선들 “민주당 줄탄핵 규탄”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30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줄탄핵’ 언급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민주당의 광기 어린 탄핵 만능주의, 의회 쿠데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국민의힘에서도 신속한 탄핵심판 선고 요구가 잇따랐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30일 성명서에서 “헌재는 더 이상의 시간 끌기를 중단하고,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결론을 조속히 내려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촉구했다. 김기현 의원은 29일 “헌재는 하루빨리 대통령에 대한 사기 탄핵을 각하하거나 기각해야 한다”고 했다. 장동혁 의원은 “(헌재가)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퇴임 직전까지 선고를 질질 끌 심산”이라며 “(민주당은) 앞에선 신속하게 ‘파면 선고’를 하라고 겁박하고 뒤로는 마 후보자가 임명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당 지도부도 헌재에 신속한 선고를 촉구하고 있다. 당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의 국무위원 줄탄핵 압박 속에서도 헌재가 선고를 질질 끄는 건 나라의 혼란을 방치하는 걸 넘어 조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의 절차적 문제를 주장하며 “헌재는 결론을 서두르지 말라”고 요구해 온 국민의힘이 입장을 바꾼 것은 헌재가 쉽게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을 선고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니냐는 자체 해석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당 핵심 관계자는 “문 권한대행이 ‘인용 6명’을 확보하지 못해 선고 시점을 미루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마 후보자의 임명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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