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의 수렁’에 빠진 김문수, 중도 확장-보수 결집 갈팡질팡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14일 03시 00분


[대선 D-20]
金, 하루전 “계엄 고통” 사과했지만… 尹 출당 조치엔 부정적 입장 밝혀
김용태 “합의 도출할것” 다른 목소리… 당내서도 “尹 자진 탈당” 요구 커져

“김문수 테스형”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의 지지자들이 13일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에서 지지 문구가 적힌 종이와 태극기를 들고 유세를 지켜보고 있다. 김 후보는 이날 울산 뉴코아아울렛과 신정시장을 차례로 방문한 뒤 부산으로 이동해 자갈치시장에서 유세를 이어갔다. 부산=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2·3 비상계엄 사과 의사를 밝힌 지 하루 만인 13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 출당 조치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건 중도 외연 확장과 보수 결집 모두 필요한 딜레마 상황을 드러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대선 본선이 시작된 만큼 중도층에 대한 지지세를 확장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지만, 후보 교체 내홍에 실망한 보수 진영을 먼저 결집해야 하는 과제 역시 시급하기 때문이다. 당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에도 탄핵과 계엄의 강을 제대로 넘지 못한 채 시간을 끌다가 결국 대선 국면에서도 ‘윤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또 쟁점으로 떠오른 尹 거취 문제

이날 윤 전 대통령의 거취 문제를 두고 김 후보와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김 후보는 대구 일정에서 “대통령 탈당은 본인이 결정하는 것”이라며 선을 그은 반면에 김 지명자는 “당내 컨센서스(합의)를 도출해 국민 상식에 맞는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한 것.

김 후보는 전날(12일) 12·3 비상계엄 문제에 대해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비상계엄 자체보다는 그로 인한 피해에 방점을 둔 것이다. 이후 ‘탄핵 찬성’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김 후보는 이날 오히려 윤 전 대통령 거취 문제에 선을 그었다.

김 후보가 윤 전 대통령 문제에 소극적으로 나오는 건 본인의 현재 입지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후보는 경선 동안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를 약속하며 ‘윤심(尹心·윤 전 대통령 의중)’을 등에 업고 선거를 치렀다. 하지만 주류 세력인 당 지도부의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 이전 단일화에 반발했다가 후보 교체 시도 사태까지 겪은 뒤 전 당원 투표 끝에 극적으로 후보 지위를 지켰다. 당 주류의 지지부터 견고하게 다져야 하는 김 후보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뿐만 아니라 같은 보수 진영의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김 지명자가 김 후보가 하기 어려운 발언을 대신 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김 지명자가 세 발짝 앞으로 가면 후보도 한 발짝씩 따라가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김 지명자가 치고 나가는 건 나쁜 그림이 아니다”라고 했다. 일종의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는 취지다. 양측이 거취 문제를 주고받으며 언급해 윤 전 대통령이 자연스럽게 압박을 받게 된다는 해석도 있다. 다만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초단기 레이스에서 이 문제를 계속 언급해 논란을 만드는 것이 맞느냐는 고민이 있다”고 했다.

● 당내 “尹 자진 탈당해야”

하지만 당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의 거취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는 김 후보와 당 지도부를 향해 “‘누가 안 도와줘서 졌다’는 ‘패배 알리바이’를 만들지 말고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윤 전 대통령 출당과 절연을 재차 요구했다. 조경태 의원도 이날 김 후보의 부산 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을 당장 출당시키는 게 맞다”고 했다. 그러자 좌중에선 ‘치아라(치워라)’ ‘조용히 해라’ 등의 고함이 쏟아지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이 자진 탈당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후보 직속 국민소통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성태 전 의원은 “김 후보의 정책과 비전이 읽혀지게 하려면 무엇이 선결돼야 하는지 뻔히 아는 것 아니냐”며 “대통령 본인이 자진 탈당해서 정치적 부담을 덜어 달라”고 했다.

한편 김 후보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인 18일 광주를 찾을 예정이다. 양향자 공동선대위원장은 통화에서 “김 후보와 선대위 인사들이 추념식에 참석할 예정”이라며 “광주 민주화 정신을 세계화시키는 데 당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보수 진영#대선 후보#정책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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