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친 후 권성동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2025.6.26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의원님들 어려운 자리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26일 취임 후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정연설에서 이같이 말하며 연설을 마쳤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선 뒤 야당인 국민의힘 의석을 향해 먼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고, 연설 이후에도 국민의힘 의석 쪽으로 다가가 야당 의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하는 등 야당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 연설문 없던 ‘국민의힘’ 세 번 언급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6분경 더불어민주당을 상징하는 남색에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색이 사선으로 들어간 넥타이를 매고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섰다. 여당 의원들은 일제히 기립한 상태로 박수를 보내며 이 대통령을 환영했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청래 의원이 국회 본청 현관에서 이 대통령을 맞이했고, 본회의장 안에선 역시 당 대표 후보인 박찬대 전 원내대표가 이 대통령과 가장 먼저 악수를 나눴다. 이후 김병기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를 필두로 의원 60여 명이 도열해 인사를 건넸고 이 대통령은 2분 넘게 여당 의원들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하며 연단으로 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립한 상태에서 침묵한 채 이 대통령의 입장을 바라봤다.
연단에 선 이 대통령은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 뒤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먼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이후 여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의원, 그리고 국무위원들에게도 인사를 했다.
오전 10시 11분경 시작된 시정 연설은 약 18분간 이어졌다. 연설 중 여당 의원들은 총 12차례 박수를 치며 화답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야유를 하거나 중도에 퇴장하진 않았지만 ‘무반응’으로 일관하며 이 대통령의 연설을 지켜봤다.
이 대통령은 연설문에 없던 ‘우리 국민의힘’ 등 국민의힘을 세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외교에는 색깔이 없다.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국익이냐, 아니냐가 유일한 선택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발언하다 민주당 의원들만 박수를 치자 “감사하다”면서도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응이 없는데 이러면 쑥스러우니까…”라고 머쓱해하기도 했다. 이 발언에 국민의힘 의원 일부가 짧게 박수를 치기도 했다.
하지만 야당 일각에선 이 같은 언급에 대해 “불쾌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원내대변인은 “애드리브(즉흥 발언)를 한 것 같은데 일종의 무시나 조롱으로 받아들인 의원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 연설 마치고 야당 먼저 향해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에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왼쪽부터) 등 여야 지도부와 사전 환담을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연설을 마친 이 대통령은 우 의장과 악수를 한 뒤 연단을 내려와 곧장 국민의힘 의원석으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진종오 의원을 시작으로 한지아, 임종득, 인요한, 박정하, 추경호, 권성동, 윤상현, 나경원 의원 등 40여 명과 3분 넘게 악수했다. 이 대통령은 임 의원이 가까이 다가가 귓속말을 하자 귀를 기울였고, 중앙대 동문으로 친분이 있는 권 의원과의 대화 이후 웃으며 어깨를 툭 치기도 했다. 임 의원은 “(김민석 후보자) 총리 지명 재고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는데, (대통령으로부터) ‘어렵지 않겠어요?’라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권 의원도 “(김 후보자) 총리 임명은 안 된다고 두 번 얘기하니까 (이 대통령이) ‘알았다’ 하면서 툭 치고 가더라”고 설명했다.
야당 의원들과 악수를 마친 이 대통령은 여당 의석으로 향해 나란히 서 있던 박찬대, 정청래 의원을 서로 악수시킨 뒤 그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며 ‘3인 악수’를 하기도 했다. 이어 추미애 의원과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 등 당내 중진 의원과 김민석 총리 후보자와도 인사를 나눴다. 박 전 원내대표는 시정연설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3인 악수’의 의미에 대해 “둘이 멋지게 경쟁하라는 의미 아니었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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