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측 내부사정 이유로 일정 연기
외교부 “한미 정상회담 영향 없을 것”
일부선 “협상 진전 있어야 회담 확정”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AP 뉴시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방한 일정을 취소했다. 당초 8, 9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참석 전 한국을 찾을 예정이었지만 닷새 앞두고 방한 계획이 무산된 것이다. 한미가 이재명 대통령 방미를 통한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관세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3일 “한미는 루비오 장관의 방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협의해 왔으나 미 내부 사정상 조만간 방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는 고위급 인사 교류에 대해 지속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앞서 이날 오전 우리 정부에 중동 정세와 미국 내부 사정 등을 이유로 방한 일정을 연기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 측이 우리한테 어떠한 사정인지에 대해서 충분한 설명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 취소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의 한국 방문은 또다시 미뤄지게 됐다. 이에 앞서 3월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도 방한 직전 일정을 취소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 취소 배경을 두고 외교가에선 현재 진행 중인 한미 간 관세 협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상호관세 유예기간 만료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 등 주요 교역국가에 대해 공개적인 압박에 나선 상황이다. 루비오 장관은 8일 한국에 앞서 일본을 찾기로 한 계획도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상호관세 협상 타결이 지연되고 있는 일본을 향해 “정말로 버릇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루비오 장관의 방한 무산이 당초 7월 말로 추진하던 한미 정상회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겸직하고 있는 루비오 장관은 방한 시 한미 정상회담 일정과 의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됐다.
외교 소식통은 “실무 단계에서 관세 협상에 진전이 있어야 한미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방한 취소로 한미 정상회담이 지연될 가능성에 대해 “그렇게 영향이 있을 것 같지 않다”며 “조만간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해 미 측과 계속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일본은 ARF 회의 기간 루비오 장관과 이와야 다케시 외상의 양자회담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ARF에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이 수석대표로 참석하기로 해 수석대표 간 약식 회동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