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첫 공식 기자회견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07.03.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한다. 동일한 주체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지면 안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3일 검찰개혁 논의에 대해 “일종의 자업자득”이라고 비판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이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권력기관에 대한 개혁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추석 전까지 (권력기관 개편안) 얼개를 만드는 것은 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은) 국회가 입법적 결단을 할 사안”이라며 국회로 공을 넘겼고, 경찰의 비대화 문제도 지적하는 등 권력기관의 상호 견제에 무게를 실으면서 여권 강경파들의 주장과는 일부 거리를 뒀다.
● 李 “검찰 수사와 기소 분리 이견 없어”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기소를 위해 수사하는 나쁜 사례가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하는 긴 시간 동안 (문제는) 악화됐고 심해졌고 더 나빠졌다”고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기소하는 검사에게서 수사권을 분리해야 된다는 점에 대해 문재인 정부 때만 해도 국민들 사이에서 ‘왜 뺏어오냐’는 반론 여론이 꽤 있었지만 지금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며 “그 후 개혁의 필요성이 더 커진 것이다. (검찰의)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추석 전 검찰개혁 완수’ 요구가 나오는 데 대해 “제도 얼개 자체를 그때까지 만드는 건 가능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검찰개혁은 국회가 하는 것”이라며 “(검찰개혁은) 정부 안에서 서로 타협해 정할 문제가 아니고 국회가 입법적 결단을 할 사안이다. 정부에서 할 일은 그로 인한 갈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봉욱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등 최근 이재명 정부에서 검찰 고위직 출신 인사들이 중용되는 것을 두고 여권 일각에서 우려가 나오는 데 대해 “대통령실 안에도, 또 정부 안에도 검찰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맡는 게 유용성이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직업공무원은 선출된 권력의 의사에 따를 수밖에 없다. 안 따르면 바꾸면 된다. 개별 인사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 경찰 비대화도 거론… “권력 분산하고 견제해야”
이 대통령은 이날 검찰개혁 시 수사권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경찰에 대해 “(수사권을) 경찰이 다 감당할 수 있느냐. 경찰 비대화는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논쟁이 있다”며 “경찰 비대화 문제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권력은 집중되면 남용되니까 어쨌든 분리하고 견제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이 대통령이 민주당 강경파를 비롯해 조국혁신당 등이 주장하는 검찰청 해체보다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한 권력기관 상호 견제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한다는 것 외에는 아직 결정된 사안이 없다”며 “검찰 조직이 적법 통제에 대해 얼마나 순응하고 협조하는지에 따라 아예 새로운 조직을 만들 수도, 현 검찰 조직을 재정비할 수도 있다”고 했다.
국회에서는 민주당 주도로 검찰개혁 논의에 속도가 붙는 흐름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검찰개혁과 관련한 각계 의견을 듣는 공청회를 9일 열기로 했다. 법사위는 이날 민주당 김용민 민형배 장경태 의원 등이 발의한 ‘검찰개혁 4법’을 상정했다. 해당 법안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 공소청, 국가수사위원회를 설치해 검찰이 갖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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