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5% 관세 통보]
8월 1일 관세까지 줄다리기 예고… 대통령실 “협상시간 얻어, 최악 면해”
韓, 조선업 협력 등 기여 확대 제안… 美,비관세 장벽 완화 지속적 요구
美매체 “협상, 사실상 교착 상태”
“관세가 인상되는 최악의 상황을 면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25%의 상호관세가 다음 달 1일부터 발효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상의 기한을 얻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관세 협상에서 한미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3주가량의 유예 기간 내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조선업 협력과 에너지 수입 확대 등 전략 산업에 대한 한국의 기여 확대를 제안했지만 농산품 수입 확대와 국방비 증액 등이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관세와 국방비 증액 등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7월 말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대통령실은 “조속한 협의도 중요하지만 국익을 관철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가치”라며 쉽게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 韓 “조속한 정상회담”, 美 “관세 합의하자”
위성락 안보실장, 美국무장관 만나 관세 논의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왼쪽)이 7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안보실장 협의를 위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날 대통령실에 따르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의 회동에서 “조속한 시일 내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제반 현안에서 상호호혜적인 결과를 진전시켜 나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루비오 장관은 공감을 표시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하지만 이날 회동에선 정상회담 일정을 합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비오 장관은 상호관세 부과가 다음 달 1일로 늦춰진 것을 언급하며 “시간이 있는 만큼 양국이 그 전까지 합의를 이루기 위해 긴밀히 소통해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관세 협상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의중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미국 입장에선 관세 협상에 진전이 보이고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정상회담을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미국에 이달 말을 목표로 정상회담 일정 확정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미국이 휴가 시즌을 맞는 8월에는 정상회담 개최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것. 대통령실이 회담을 통해 “상호호혜적 결과를 진전시켜 나가자”고 강조한 것도 통상 합의 타결을 위해선 양 정상 간 만남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담긴 것이라는 평가다. 강 대변인도 “(유예 만료 전)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을 조속히 해소하고자 하고 정상회담을 비롯한 외교 채널을 통해 좀 더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또 위 실장과 루비오 장관이 “양국이 조선 협력과 관련해 정부 및 업계 등 다양한 영역의 역량을 결집해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도출하도록 조율을 이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협상 돌파구 마련을 위해 정부가 이번에도 미 측이 그동안 강조한 조선 협력 확대를 대미 카드로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 비관세장벽 철폐·국방비 증액 본격 쟁점화
한미가 다음 달 1일까지 협상을 이어가게 된 가운데 미국이 강하게 요구했던 농산물 시장 확대와 국방비 증액이 본격 쟁점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7일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과 일본 정부는 수개월 동안 미국과 집중적인 협상을 해왔지만 국방비 증액과 농산물 수입 확대 등 미국의 여러 요구 사항을 거부하면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요구가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에서 압박이 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미국은 협상에서 비관세장벽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는데 농산물 개방 문제와 관련해선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과 쌀 수입 확대, 미 기업의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수입 등을 거론한 상황이다. 다만 정부는 국내 정치적 논란 등 민감성을 최대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국방비 증액 문제도 주권적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의 5%로 증액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증액 논의가 가능한 적정 수준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위 실장이 이번 방미를 계기로 국방비의 단계적 증액을 향후 논의해 나가자는 식의 구상을 미국에 전달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협상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국방비 증액과 연계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나 핵연료 재처리 기술 확보를 위한 관문인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카드를 미국에 본격 제안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정부 내부에선 통상 협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도 이날 통상 관계부처 긴급회의를 주재하면서 “새 정부 출범 이후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호혜적 결과 도출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다양한 이슈들을 포괄해 최종 합의까지 도달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며 “조속한 협의도 중요하지만 국익 관철이 더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다음 달 1일 상호관세가 부과되기 전 협상 타결을 위해 과도하게 양보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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