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청년담당관 임명장 수여식 및 제11차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9.18.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주한미군 없이는 자주국방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굴종적 사고”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은 한미가 논의하고 있는 ‘동맹 현대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중국 견제에 집중하기 위해 전략적 유연성 확보 등 주한미군의 역할·규모 조정과 한국의 국방비 지출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이 대통령이 “대한민국은 강하다”는 표현을 두 번 반복하며 한국의 첨단 군사력 증강과 자주국방 의지를 강조한 것.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 청구서’에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로 한국이 중국과의 분쟁에 말려들지 않도록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 자주국방 강조하며 “외부 군사충돌 휘말리면 안 돼”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상비군 감소 추세 및 남북 군 병력 비교 관련 기사를 인용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같은 메시지를 냈다. 이 대통령은 “국력을 키우고, 국방비를 늘리고, 사기 높은 스마트 강군으로 재편하며, 방위산업을 강력히 육성하는 등 다시는 침략받지 않는 나라, 의존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어 가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국방비가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약 1.4배인 점 등 북한과의 경제·군사력을 비교하면서 “인구 문제는 심각하고 당장의 병력 자원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상비 병력 절대 숫자의 비교만으로 우리의 국방력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병력 수가 국방력’이란 일각의 평가가 잘못됐다면서 본인의 자주국방 비전을 제시한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이날 발언이 한미 간 동맹 현대화 협의 상황에 대한 간접적인 메시지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정부 관계자는 “대미 협상에서 미국의 무리한 요구가 계속되니까 그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측이 요구해온 동맹 현대화는 조만간 한미 관세 협상과 함께 한미 간 핵심 현안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국가방위전략(NDS)과 미군재배치계획(GPR)을 발표한 후 본격적인 주한미군 재편에 대한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
경기 평택시 팽성읍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 군용 차량이 주차된 모습. 2025.7.16. 뉴스1우리 정부도 전략적 유연성 확대에 따른 주한미군 재편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에 따른 대북 연합대비태세 약화나 양안 문제를 둘러싼 미중 분쟁으로 한반도 주변 정세가 대립적인 구도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를 미국 측에 제기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도 이를 의식하듯 “전 세계가 갈등 대립을 넘어 극단적 대결과 대규모 무력 충돌을 향해 가고 있다”면서 “우리는 외부의 군사 충돌에 휘말려서도 안 되고, 우리의 안보가 위협받아서도 안 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강력한 자율적 자주국방이 현 시기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언급한 것도 미국이 요구하는 동맹 현대화가 한국의 필요에 의해, 국방력을 강화한다는 목표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임기 내 전작권 전환 의지 강조
이 대통령은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전작권 전환을 임기 내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똥별’이라는 과한 표현까지 쓰면서 국방비를 이렇게 많이 쓰는 나라에서 외국 군대 없으면 국방을 못 한다는 인식을 질타한 노무현 대통령이 떠오른다”고 했다. 앞서 2006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자기들 나라, 자기 군대 작전 통제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 놓고 별들 달고 꺼드럭거리고 말았다는 얘기냐.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말한 노 전 대통령 연설을 언급한 것. 정부는 미국의 동맹 현대화 요구에 따라 인상하기로 한 국방비를 토대로 대북 역량 구비 등 전작권 전환 조건을 충족해 나가면서 임기 내 전환을 이뤄내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동맹을 굴종으로 매도한 안보 자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용술 대변인은 “대한민국 안보의 근간인 한미동맹을 단순히 ‘외국 군대’로 격하한 대통령의 발언은 안보 근간을 무너뜨리는 망상에 가까운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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