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연루 의혹이 제기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정 장관은 “정치를 시작해서 단 한 번도 불미스러운 일에 이름이 오르내린 적 없다”며 금품 수수 의혹을 일축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2021년 한 차례 만난 사실을 인정했으나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통일부도 “장관 관련 의혹은 윤영호를 한 번 만난 것 외에 전혀 근거 없는 허위 낭설”이라며 일축했다. 다만 정 장관이 통일교 본부인 경기 가평군 천정궁에서 윤 전 본부장을 만난 사실은 인정한 만큼 통일교의 정교유착 논란이 이재명 정부로 확산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 장관은 최근까지 통일교 관련 행사에 참석하거나 축사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 鄭 “한학자 면식 없고-윤영호 명함 보고 알아”
정 장관은 11일 입장문을 통해 “통일교 한학자 총재는 만난 적이 없고 일절 면식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 장관은 “윤 전 본부장을 야인 시절인 2021년 9월 30일 오후 3시경 천정궁에서 처음 만나 차담을 가졌다”며 “천정궁 커피숍에서 윤 전 본부장과 총 3명이 앉아 10분가량 차를 마시면서 통상적인 통일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정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관계자의 안내로 윤 씨(윤 전 본부장)를 만났고, 명함을 보고 이분이 이제 통일교 실세라는 걸 알았다”고 했다.
경기 가평군 설악면에 위치한 통일교 본산지인 천정궁의 모습. 가평=뉴스1당시 천정궁 방문은 정 장관이 고교 동창이자 통일교 유관 단체인 평화통일지도자 전북협의회 김희수 회장 등 친구 7, 8명과 함께 승합차로 강원도 여행을 다녀오던 중 이뤄졌다. 통일교 홈페이지에 따르면 천정궁 출입 시 통일교 인사가 동행해야 하고, 최소 일주일 전 예약해야 한다고 돼 있다. 내부 카페 이용 시 감사 헌금을 내야 하는 규정도 있다.
이에 따라 정 장관 측 일행인 김 회장이 천정궁 방문을 예약하고, 교내 최고위직인 윤 전 본부장에게도 미리 알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장관은 당시 민주당 소속은 아니었지만, 이후 2022년 3·9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민주당에 복당했다.
정 장관이 통일교와 여러 차례 접촉한 정황도 드러났다. 정 장관은 2016년 5월엔 국민의당 소속 국회의원 당선자 신분으로 통일교 유관 단체인 평화통일지도자의 김옥길 전북협의회장 취임식 축사를 했다. 2018년 9월엔 통일교가 설립한 비정부기구(NGO)인 천주평화연합(UPF) 한국회장 취임식에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이 자리에선 통일교로부터 금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임종성 전 의원이 축사를 하기도 했다.
정 장관은 윤 전 본부장을 만나기 4개월 전인 2021년 5월 UPF 호남·제주지구 주최 행사에 참석했고, 이번 정부 통일부 장관으로 취임한 뒤인 올해 8월에도 통일교 주관 통일 행사에 축사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정 장관 측은 “올 8월 행사는 통일부 등록 법인의 행사로 매년 장관들이 참여해 온 행사”라며 “그 이전 행사들의 경우는 오래전이라 참여한 경위 파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 대통령실 “본인이 합당한 처신 해야”
이 대통령이 이날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한 가운데 대통령실은 통일교 유착 의혹 논란이 정 장관 등 다른 내각 인사들로 확대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전날 여야를 불문하고 엄정한 수사를 지시한 만큼 의혹 당사자들에 대한 거취 문제는 당사자가 판단할 부분이라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본인이 제일 잘 알 테니 그에 맞춰 합당한 처신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개별 판단에 맡겨 본다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특별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수사에 착수한 만큼 수사 결과가 나온 이후 당 차원의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 장관은 “30년 정치 인생에서 단 한 차례도 금품 관련한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적이 없는바, 이를 오래도록 긍지로 여겨 왔다”며 “근거 없는 낭설로 명예를 훼손한 일부 언론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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