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간 새우잠자며 유족과 무안 현장 지켜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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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나눔 이야기 〈3〉
광주 북구 의원 전미용 씨
SNS로 유가족에게 정보 전달
추모리본 제작, 의약품 지원

17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1층 식당 앞 안내데스크에서 전미용 씨가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추모리본을 만들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17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1층 식당 앞 안내데스크에서 전미용 씨가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추모리본을 만들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가슴이 아려 자원봉사를 그만둘 수 없습니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분향소와 유가족들이 있는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추모 리본을 만들며 아픔을 함께 나눈 자원봉사자 전미용 씨(51)는 20일 이렇게 말했다.

전 씨는 지난해 12월 29일 아침 교회에 가기 위해 준비하다 항공기 사고가 났다는 뉴스를 얼핏 듣고 남편에게 “어느 나라 이야기냐”고 물었다. 남편에게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답을 듣자마자 그는 곧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전 씨는 광주 북부소방서 의용소방대원으로 10여 년째 활동하고 있다. 의용소방대원 복장을 챙겨 갈까 고민하다 착용하고 있던 복장 그대로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도착했을 때는 사고가 발생한 지 단 4시간 뒤인 29일 오후 1시경이어서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을 찾으며 목 놓아 울고 있었다.

전 씨는 소방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만들어 유가족들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무안공항 약국이 문을 닫는 새벽에 유가족들에게 구급약 등을 제공했다. 추모 리본도 만들었다. 유가족들의 편의를 위해 애쓴 그는 정작 안내데스크 안쪽 바닥에 이불을 깔고 새우잠을 잤다. 참사 발생부터 18일 합동 추모식 개최까지 20일 동안 무안공항을 지켰다. 도중에 조카 결혼식이 있어 하루 서울에 다녀온 게 그가 무안공항을 떠난 전부였다.

전 씨가 사고 현장 자원 봉사에 나선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꽃집을 운영하던 2014년, 그가 살고 있던 광주 북구 평화맨션 붕괴 사고가 일어나자 인근 초등학교에서 한 달 동안 밥과 반찬 조리를 도맡아 이웃들에게 식사를 제공했다. 이후 사회복지사 자격을 따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데 힘썼다. 현재 그의 직업은 광주 북구의회 재선 의원이다.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해서는 제도권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해 출마했다.

하지만 무안공항 봉사는 의회 의원으로 나선 것이 아니었다. 행여 오해를 부를까 봐 주변에 밝히지 않았다. 전 씨는 “오랫동안 유가족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다 보니 가족 같은 연대감이 생겼다.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는 마음으로 유가족들과 계속 동행하겠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참사#자원봉사#전미용#무안국제공항#유가족#추모 리본#광주 북구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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