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북자치도 익산시에서 계부에 의해 폭행을 당한 중학생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개월 전 학대 정황을 발견한 학교가 신고를 했지만 이후 적절한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발생한 비극이었다. 당시 지자체와 경찰은 학생이 피해사실을 부인하고 해당 부모가 조사를 거부하면서 ‘사례 없음’으로 종결해야만 했다. 신고의무만 가지고 있는 학교 역시 피해 학생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4일 전북특별자치도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A 씨(30대)를 조사 중이다.
A 씨는 지난달 31일 익산시 자택에서 의붓아들인 B 군(중학생)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 씨는 친모 C 씨가 자리를 비운사이 B 군의 머리를 수 차례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평상시 B 군이 금품을 훔친다는 이유에서다. 의식을 잃은 B 군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이날 오후 7시 25분께 해당 병원 관계자로부터 신고를 받은 경찰은 B 군의 시신에서 폭행 흔적을 발견하고 A 씨를 긴급체포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폭행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증건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경찰은 보강수사를 한 뒤 영장을 다시 신청할 예정이다.
사실 김 군이 A 씨로부터 폭행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B군은 지난 2019년 초에도 A 씨에게 학대를 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분리조치 결정으로 위탁시설에서 생활을 하던 B 군은 지난 2022년부터 외할머니와 지내왔다.
외할머니와 살면서도 B 군은 주말이나 휴일이면 A 씨의 집을 찾았다. 친모인 C 씨를 만나기 위해서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초에도 A 씨에게 또 다시 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알게 된 학교 측은 같은달 13일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B 군은 경찰과 익산시 아동학대전담팀에 폭행당한 사실을 털어놓지 않았다. A 씨와 C 씨도 학대를 부인했다. 멍자국도 이미 없어진 상태였다. 결국 이 사건은 ‘사례 없음’으로 종결됐다.
그리고 2달이 지난 뒤 B 군은 설 명절을 맞아 친모를 만나러 갔다가 결국 생을 마감하게 됐다. 2개월 전 당시 아동학대로 판정만 됐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이었다. 익산시는 B 군이 아동학대를 당한 2019년부터 모니터링을 실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비극을 막을 수 없었다.
오준영 전북교총 회장은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오 회장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정말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면서 ”수사를 통해 학대로 인한 사망이 확인된다면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에 학생을 보호할 수 있는 권한도 줘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오 회장은 “현재 학교는 아동학대 처벌법 10조에서 규정한 신고 의무자다. 심각한 학대 정황이 발견돼도 신고의무만 가지고 있을 뿐 보호조치나 분리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면서 “이번 비극처럼 경찰과 지자체 아동학대전담팀이 학대로 결정하지 않으면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교와 교사는 학생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곳이다. 최소한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 놓인 학생들을 보호할 수 있는 권한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아동학대 정황이 중대할 경우 즉시 분리하거나 보호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학교에 부여하는 제도와 법령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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