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러닝친화도시 조성 회의… 동호인-전문가 초청해 의견 수렴
수변공원 등 실외공간에 설치 제안… 신설보단 기존 경기장 활용 요청도
“추가 의견 취합해 용역 조사 예정”
달리기 동호인과 체육 전문가 등 10여 명이 6일 부산시청 20층 회의실에서 열린 ‘러닝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회의’에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말하고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강과 바다 근처 야외에 조성되면 좋겠어요.”
“러닝 트랙처럼 기존 시설을 마음껏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6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20층 회의실에서 열린 ‘러닝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회의’에 참석한 달리기 동호인과 체육 전문가 등 10여 명은 열띤 분위기 속에서 리버·오션 러너스테이션 사업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충분한 여론 수렴 없이 러너스테이션 조성이 추진된다는 지적(동아일보 지난달 17일 자 16면 보도)이 제기되자 부산시가 마련한 자리다.
러너스테이션이란 부산도시철도 다대포역과 민락역 등 도시철도 유휴공간에 탈의실 등을 갖추고 러너가 운동 전후 쓸 수 있게 한 편의시설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해 부산을 ‘생활체육 천국 도시’로 만들겠다고 발표하며 언급한 핵심 사업이다. 시는 올해 1억6000만 원을 들여 설계 등을 진행한다.
이날 회의 참가자 상당수는 시설 조성 취지를 공감하면서도 도시철도 역사 내부 조성에는 우려를 표했다. 마라톤클럽 회원인 정인숙 씨는 “운동을 위해 부산을 찾는 관광객이 이용하는 시설이라면 역사 안에 설치하는 것은 좋겠다. 하지만 지역 달림이(러너)에게는 큰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많은 부산의 러너가 넓은 주차 공간이 확보된 수영만 요트경기장이나 부산시민공원 등을 훈련 거점으로 삼기에 역사에 조성한 편의시설에는 러너가 찾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지적이었다. 김도연 부산대 체육교육과 교수도 “많은 인파가 북적이는 역사보다는 민락수변공원 등 해변의 넓은 실외 공간에 설치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공제원 부산시체육회 부장은 “역사 내 구축이 검토된 것은 출퇴근 후 곧장 운동할 수 있게 접근성을 고려한 까닭일 것”이라며 “역사나 그 주변의 시설에서 옷을 갈아입고 운동 후 인근 목욕탕에서 샤워할 수 있게 연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러너스테이션 내부에 샤워실 구축이 필요한지도 중요한 토론 주제였다. 이용자 편의를 위해선 필요하지만, 노숙자의 사용 등 관리상 어려움이 문제로 지적됐다. 서명수 부산아마추어마라톤클럽 회장은 “샤워실보다 탈의실 구축이 먼저”라며 “온천천과 수영강 변에 방치된 자전거 보관대를 탈의실로 꾸며 보자”고 제안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러너스테이션의 신설보다 기존 달리기 훈련 시설을 마음껏 활용하게 해달라는 요구도 이어졌다. 정인숙 씨는 “400m 정규 트랙이 있는 사직보조경기장은 24시간 개방이 안 될뿐더러 행사 때문에 문 닫는 경우도 많다”며 “평일이 어렵다면 공휴일에는 온종일 개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러너스테이션 외에도 다양한 사업이 병행돼야 한다는 조언도 많았다. 장유현 부산시육상연맹 전무이사는 “광안리나 해운대 해변에 러닝 마스코트 동상을 세워 관광객이 달린 뒤 인증사진을 찍게 하는 등 최근 트렌드에 맞춘 정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경민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는 “지역 체육 활성화에 기업 참여를 유도하고, 달리기를 해양 체험 등의 관광과 연계하는 사업도 검토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도연 교수는 “러너와 일반 시민이 어떤 정책을 가장 필요로 하는지 공청회와 여론조사를 통해 더 많은 의견을 들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부산시는 추가적인 의견 수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회의를 주재한 강정아 부산시 생활체육과장은 “많은 러너의 의견을 취합한 뒤 2차 회의를 열 것”이라며 “필요하면 부산연구원 등을 통해 용역 조사도 벌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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