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코레일 기관사, 술 취한 상태로 열차 운전 정황…음주감독 소홀”

한국철도공사 정기감사 결과 공개
경찰 음주측정은 ‘만취’인데…코레일 시스템엔 ‘0%’
병가 내놓고 24일 동안 국외여행 직원도

설 명절 연휴 마지막날인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귀경객들이 열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2025.01.30. 서울=뉴시스

감사원은 경찰에 음주운전이 적발된 기관사가 당일 음주 상태로 열차를 운전하는 등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음주 관리·감독이 소홀하다고 20일 밝혔다.

감사원은 ‘한국철도공사 정기감사’ 결과를 이날 공개했다.

철도안전법은 기관사·시설점검자가 혈중알코올농도 0.02% 이상에서 업무를 수행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도로교통법상 음주 운전자의 면허 정지 기준은 알코올농도 0.03% 이상인데, 철도 일부 직군은 이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코레일과 무관하게 단속 등으로 경찰이 측정한 알코올농도를 바탕으로 업무 수행 시점의 수치를 추정한 결과, 음주 상태로 일했다고 의심되는 정황이 있었다.

2023년 8월 15일 오후 2시25분 경찰이 측정한 기관사 A씨의 알코올농도는 만취 상태인 0.217%였다.

A씨는 약 6시간이 지나 업무를 시작했다. 시간당 알코올분해량을 근거로 일정 시점의 알코올농도를 계산하기 위해 경찰이 사용하는 ‘위드마크 공식’에 따르면 A씨는 알코올농도가 0.0325%인 상태로 열차를 운전한 셈이 된다.

설비원 B씨는 지난해 1월 17일 알코올농도 0.111%인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다가 경찰에 발각됐다. B씨는 경찰이 음주 측정을 한 지 약 40분 만에 승강장 안전문을 점검했다. 위드마크에 따르면 알코올농도 0.093%인 상태로 업무를 한 것이다.

업무 시작 전 코레일 내부 시스템에 입력된 이들의 음주측정 결과는 모두 ‘적합(알코올농도 0%)’이었다.

감사원은 코레일이 음주측정 결과를 전산이나 출력물로 기록하지 않는 측정기기를 사용하는 탓에 당시 실제 알코올농도 수치를 확인할 데이터가 없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코레일은 음주측정 여부 및 그 결과를 사후에 확인할 수 있는 음주측정기기를 구비하고, 철도 종사자에 대한 음주측정 및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레일은 음주운전자에게 오히려 인사상 혜택을 주기도 했다.

감사원이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4월 사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직원 186명을 상대로 점검한 결과 면허 취소 처분을 받고 6개월 만에 승진한 사례가 있었다.

음주운전이 적발되고도 징계 처분 없이 표창을 받은 직원은 44명에 달했다.

병가를 악용한 사례도 빈번했다. 한 직원은 병가기간 중 총 24일 동안 국외여행을 했다.

아울러 감사원은 레일을 지지해주는 침목 납품검사 관리가 부실했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C업체와 130억원 규모로 침목 25만개 구매계약을 맺었는데, C업체가 계약 조건을 위반하고 타업체의 침목을 납품한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

C업체가 납품한 침목 23만개 중 61.1%는 다른 업체 제품에 스티커만 붙인 것이었다. 감사원은 침목 1990개를 무작위로 점검한 결과 13%가 규격 미달로 나타났다면서, 궤도 안전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