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올림픽 유치 후보 지자체’ 28일 최종결정… 서울시와 경쟁
“국제대회 개최 비수도권 연대해… 기존 시설 활용, 저비용-고효율 추진
서울시 공동개최 제안땐 깊이 고민
전북, 문화유산-재생에너지 풍부… 문화-환경올림픽 개최에도 적격
해외 후보 도시와 경쟁선 승리 장담”
2036 여름올림픽 유치에 나선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20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올림픽에 사용될 경기장과 선수촌 조감도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 지사는 “전북 올림픽은 지방 도시들이 연대하는 올림픽, 문화올림픽, 환경올림픽으로 치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지방 도시 연대를 통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권장하는 지속 가능한 올림픽을 구현하겠다.”
2036 여름 올림픽 유치에 도전하는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20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사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전북의 경쟁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전북은 2036 올림픽 유치를 두고 서울시와 경쟁하고 있다. 이 중 한 곳이 28일 대한체육회 대의원총회를 통해 국내 후보 도시로 결정된다.
대의원들을 상대로 직접 프레젠테이션에 나서는 김 지사는 “2036 전북 올림픽은 전북이 주도하는 비(非)수도권 연대가 주 콘셉트다. 전북은 K컬처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풍부한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어 문화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다”며 “전북은 또 17개 광역시도 중 재생에너지 생산이 가장 많은 지방자치단체다. 환경올림픽을 열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말했다.
IOC는 ‘어젠다 2020’을 통해 단일 도시의 단독 개최가 아닌 여러 도시가 협력하는 방식의 올림픽 개최에도 문호를 개방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가장 적합한 곳이 바로 전북이라는 게 김 지사의 생각이다.
김 지사는 “과거 올림픽은 단일 도시에서 모든 경기를 치러야 했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올림픽을 위해서는 여러 도시의 협력과 상생이 필요하다는 게 IOC의 생각”이라며 “전북 도내 14개 시군을 넘어 전주에서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는 다른 도시들과 연대해 저비용, 고효율의 올림픽을 치러 내겠다”라고 말했다.
전남과 충남, 충북, 대구, 광주 등이 전북과 함께한다. 충북은 2027년 세계유니버시아드(세계대학경기대회) 개최를 앞두고 경기장과 선수촌 등 조성에 한창이다. 광주는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 대회를 치렀고, 올해 9월에는 세계양궁선수권 대회를 개최한다. 대구는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 대회를 성공적으로 열었다. 김 지사는 “이 도시들은 모두 전주에서 고속철도(KTX)나 고속도로로 1시간∼1시간 반 남짓한 거리에 있다. 이전에 세계적인 수준의 국제대회를 열었거나 개최할 예정인 만큼 그 시설들을 고스란히 활용할 수 있다”며 “또한 지방 도시들 간의 교류 활성화를 통해 대한민국 균형 발전의 전환점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광주와 대구를 연결하는 ‘달빛철도’가 건설 중이다. 전주∼대구 간 고속도로 공사도 진행 중이다”라며 “예정대로 공사가 끝나면 이동 시간이 1시간 안팎으로 크게 단축된다. 올림픽 유치가 이뤄진다면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행이 더뎠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도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북은 국제 행사와 관련해 뼈아픈 경험이 있다. 2023년 8월 전북 새만금에서 진행된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다. 전 세계 4만3000여 명의 스카우트 대원이 참가한 대규모 대회였지만 최고기온이 35도에 이르는 찜통더위에 야영장에서는 배수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온열질환 환자가 속출했다. 여러 나라 스카우트 대원들이 중도 이탈하면서 적지 않은 파행을 겪었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야외 행사인 잼버리와 올림픽은 전혀 다른 행사이긴 하다. 하지만 잼버리를 통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큰 교훈을 얻었다”며 “사실 잼버리는 조직위가 모든 권한을 행사하고 전북도는 조직위로부터 위임받은 몇 가지 일만 했다.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2036 올림픽처럼 전북이 처음부터 준비해서 치르는 행사라면 전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북도는 지난해 세계한인비즈니스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김 지사는 “참석자들에게 고즈넉한 한옥 숙박을 제공하고, 캠퍼스에서 청년들을 만나는 역동적인 행사를 통해 5800만 달러 수출 계약 성사와 2만여 건의 상담 실적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잼버리 파행으로 상처 입었던 도민들의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력한 경쟁자이자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개최했던 서울시와의 공동 개최가 좀 더 현실적인 방안이 아니겠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17일 대한체육회 이사회에서도 몇몇 이사들이 공동 개최안을 제안했다. 김 지사는 “사실 대한체육회에 유치신청서를 내기 전에 서울시에 공동 개최를 먼저 제안했다. 하지만 ‘공동 개최는 어렵고, 분산 개최는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아마도 서울시의 입장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28일 대의원총회에서 둘 중 하나가 선택받는 상황이 되지 않겠나 싶다. 다만 28일 이전에 서울시에서 공동 개최를 제안해 온다면 깊이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인도(도시는 미정)나 튀르키예(이스탄불) 등 해외 후보 도시들과의 경쟁에서는 승리를 장담했다. 그는 “두 도시가 현재로서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다. 하지만 인프라와 치안 등 모든 면에서 우리의 상대가 되긴 어렵다”고 단언했다. 그는 “전북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K컬처의 뿌리다. 태권도의 성지인 태권도원도 전북 무주에 있다. 전북에서는 K콘텐츠를 넘어 심화 과정까지 맛볼 수 있다”며 “전 세계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올림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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