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의도 ‘천사상’ 설치한 자칭 세계적 조각가, 사기꾼이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24일 21시 09분


코멘트

“DJ 고향을 천사의 섬으로 꾸미고 싶다” 신안군에 접근
중국산 조각상 설치하고 19억 챙겨…청도서도 같은 범행
1심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선고

전남 신안군 하의도 야외 조각 미술관에 설치된 조각작품 모습. 해당 작품의 작가 최 모 씨(71)는 허위 이력 논란이 불거져 군은 2월 7일 A씨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신안군 제공) 2024.2.8 뉴스1
전남 신안군 하의도 야외 조각 미술관에 설치된 조각작품 모습. 해당 작품의 작가 최 모 씨(71)는 허위 이력 논란이 불거져 군은 2월 7일 A씨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신안군 제공) 2024.2.8 뉴스1

프랑스 파리의 유명 대학을 나온 세계적 조각가라고 속여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 신안군 하의도 등에 ‘천사상’ 조각 등을 설치하고 20여억 원을 챙긴 70대 남성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대구지법 형사 12부(부장판사 어재원)는 2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최모 씨(71)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청도군 등에 따르면 최 씨는 2022년 청도군에 “내가 파리 7대학을 졸업하고 해외에서 교수를 역임한 세계적인 조각가”라고 속여 조형물 20점을 설치했다. 그 대가로 2억9000만 원을 받아 챙겼다. 하지만 그는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았고 철공소, 목공소 등에서 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상습 사기죄 전과까지 있었다. 청도군에 설치한 작품도 중국에서 수입한 가짜였다.

최 씨는 2018년 신안군에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 천사상 등 318점을 설치하고 19억 원을 받아 챙겼다. 신안군 등에 따르면 그는 ‘노벨상을 받은 김 전 대통령 고향인 하의도를 천사의섬으로 꾸미고 싶다’고 제안했다. 신안군은 이를 받아들여 하의도 예술작품 설치 전반을 최 씨에게 맡겼다. 3억 원을 들인 천사상 등 대부분 조각이 중국산이었다.

재판부는 “청도군수와 담당 공무원들에게 자신의 학력과 경력을 허위로 고지하는 등 범행 수법이 대담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신안군 건에 대해서는 “(허위) 경력, 학력 등 내용이 계약 체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최 씨의 작품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성당, 김대건 신부 묘소 등 한국 천주교 주요 성당과 성지 등에도 설치돼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안군 하의도#천사상#사기꾼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