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m 높이’ 상판, 불과 5초 만에 ‘V자’로 엿가락처럼 붕괴…비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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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년 2월 25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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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서울-세종고속도로 다리 건설현장에서 교량이 붕괴된 모습이 보이고 있다. 이날 소방서에 따르면 공사 현장에서는 빔 설치를 위한 장비를 이동하다 철제 구조물이 무너지며 교각 위 설치된 가로 콘크리트 지지대가 땅 아래로 떨어졌다. 뉴스1
25일 오후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서울-세종고속도로 다리 건설현장에서 교량이 붕괴된 모습이 보이고 있다. 이날 소방서에 따르면 공사 현장에서는 빔 설치를 위한 장비를 이동하다 철제 구조물이 무너지며 교각 위 설치된 가로 콘크리트 지지대가 땅 아래로 떨어졌다. 뉴스1
불과 5초.

25일 오전 9시 49분께 서울-세종고속도로 제9공구 구간 50여m 높이 천용천교 빔(상판) 4~5개가 붕괴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당시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상판은 천용천교 위에 설치된 거치 장비인 런처(크레인)가 한쪽으로 전진할 때부터 서서히 한쪽으로 쏠리기 시작한다.

이어 상판들이 끝내 브이(V) 모양으로 꺾이며 굉음과 함께 삽시간에 맥없이 무너져내린다.

머지않아 다른 상판들 역시 엿가락처럼 휘어지며 추가로 떨어지고, 주변은 뿌연 연기로 가득 찬다.

천용천교 주변 마을 주민 A 씨(55·여)는 “큰 소리가 나서 쳐다보니 커다란 철물이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며 “비명 소리도 함께 들렸다”고 회상했다.

다른 주민 B 씨(56·여)는 “강아지가 갑자기 짖어 왜 그러는지 봤더니 잠시 후 건물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며 “집 옆 건설 중인 도로가 끊겨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천용천교 위에서는 근로자 10명(한국인 8명, 중국인 2명)이 상행선 구간 상판 설치를 마치고, 하행선 구간 상판 설치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갑작스런 붕괴 사고로 모두 콘크리트더미에 파묻히고 말았다. 전원이 구조되긴 했으나 4명은 결국 유명을 달리했다. 6명은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25일 오전 9시 49분께 경기 안성시 서북구 입장면 도림리의 서울세종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교각 위 구조물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은 이 사고로 작업자 수 명이 매몰된 것으로 보고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붕괴 현장 모습. 뉴스1
25일 오전 9시 49분께 경기 안성시 서북구 입장면 도림리의 서울세종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교각 위 구조물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은 이 사고로 작업자 수 명이 매몰된 것으로 보고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붕괴 현장 모습. 뉴스1


소방 당국은 대규모 인명 피해 우려 등에 따라 ‘대응 1·2단계’에 이어 오전 10시 15분께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하기도 했다.

국가소방동원령은 시도의 소방력만으로 재난에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 국가 차원에서 소방력을 재난 현장에 동원하는 조치를 뜻한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현재까지 천용천교에 설치돼 있던 가로 콘크리트 지지대가 지상으로 떨어지면서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지상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사고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관계자들이 없어 자세한 사고 원인을 확인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총연장이 134㎞인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사업은 시공사들이 컨소시엄을 이루고 총 11개 공구를 맡아 진행 중이다.

제9공구 원도급사는 현대엔지니어링, 하도급사는 장헌산업이다.

천용천교는 서울-세종고속도로 구간 중 안성시 서운면과 충남 천안시 입장면을 잇는 왕복 6차로 교각이다.

경찰은 인원 78명으로 구성된 수사전담팀을 편성하고, 추후 현장 합동 감식을 통해 구체적인 사고 원인을 파악한 후 사고 책임자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다만 구체적인 현장 합동 감식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성=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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