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200t 장비 균형 잃어 사고”… 작업 과실-오작동 가능성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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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고속도 교량 공사중 붕괴]
교량 공사에 많이 사용되는 공법
“다리 상판 대들보 ‘거더’ 설치 장비
거더와 분리 안된채 철수했을 수도”

뉴시스
25일 세종포천고속도로 건설 현장의 붕괴 사고는 교량 공사용 초대형 특수 장비가 균형을 잃으면서 무게가 한쪽으로 쏠린 게 원인일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과 건설업계에서는 이미 많은 교량 공사에서 사용된 공법이라 작업 과정상 실수나 장비 오작동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날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특수 장비(론칭 가설기)로 다리 기둥 위에 ‘거더(보)’를 올려두고 철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거더는 다리 상판을 지탱하는 대들보 역할의 구조물이다.

조원철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특수 장비에서 거더를 완전히 분리한 후에 장비를 빼야 하는데, 거더와 분리되지 않은 채 후진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것 같다. 거더는 수십 cm만 끌려와도 힘의 균형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실제 사고 당시 영상에서는 특수 장비가 움직이던 중 장비 아래에 있던 상판부터 도미노처럼 주저앉는 모습이 포착됐다. 조 명예교수는 “무전으로 분리 여부를 완전히 확인하고 움직여야 하는데 현장에서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작업이 이뤄진 것 같다. 업무 과실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수 장비의 오작동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유동호 한국교량및구조공학회장은 “특수 장비를 사용한 공법은 난도가 높고 주의할 사항이 많아 기술 검토를 거쳐 시나리오대로 움직인다”며 “오작동으로 교량에 예측하지 못한 하중이 실렸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수 장비는 길이 50m 이상, 무게가 약 200t에 이르는 초대형 장비라 조금만 무게 중심을 잃어도 교량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특수 장비가 오가는 거더 자체가 제대로 시공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기범 경일대 건축토목공학과 교수는 “거더가 충분한 강도를 갖추려면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어야 한다”며 “작업을 서두르기 위해 충분한 강도가 안 나온 상태에서 설치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수 장비의 발판이 흔들리면서 특수 장비가 균형을 잃었고 그 하중이 교량 상판으로 전달되면서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붕괴된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강풍으로 특수 장비와 거더가 무게 중심을 잃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민간 기상예보 업체 아큐웨더에 따르면 이날 사고 당시 풍속은 초속 6m로 작업 중단 기준(초속 10m)보다 낮았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경찰 등 관계당국의 조사를 통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사고로 붕괴된 상판은 다시 시공하되, 상판을 지탱하는 교각은 손상 여부를 보고 재시공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 4월 발생한 경기 시흥시 교량 붕괴 사고는 시공 과정의 부주의가 사고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크레인으로 거더를 올리는 과정에서 거더의 가운데 부분이 부러지면서 발생했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거더를 들어올릴 때 휘어지는 현상에 대해 충분한 검토 없이 시공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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