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위, 181명 인권침해 확인
부산시 “위로금 등 지원 검토”
“비참한 생활을 하다가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저립니다.”
26일 오후 2시 부산 연제구 부산시의회 3층 브리핑룸. 60년 전 영화숙에서 겪은 일을 설명하던 장예찬 씨는 울음을 터뜨렸다. 장 씨는 7세 때 친구들과 밖에서 놀다가 단속원에게 붙잡혀 영화숙에 갇혔다. 그에게는 부모도 있었다. 영화숙에서는 강제노역과 가혹행위가 횡행했고 혹독한 환경에 노출됐던 소년 일부가 목숨을 잃었다. 장 씨는 “국내에서 다시는 이런 아픔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1962년부터 1971년까지 운영됐던 영화숙과 재생원은 부산 최대 규모의 부랑인 집단수용 시설이었다. 18세가 안 된 부랑인은 영화숙에, 그 이상은 재생원에 갇혔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181명의 피해자가 영화숙과 재생원에 강제 수용돼 구타와 가혹행위, 성폭력 등 중대한 인권침해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국가가 피해자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트라우마 치료 등 실질적인 피해 회복 조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시설에서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파악한 진화위는 2023년 8월 18일부터 구체적인 진실을 파악하기 위한 직권조사에 나섰다. 진화위는 국가기록원과 부산시 기록관 등에서 관련 문헌 자료를 발굴하고 피해자들을 인터뷰해 어떤 인권침해 등이 발생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181명의 피해자가 경찰과 영화숙·재생원의 자체 단속반의 단속에 걸려 시설에 강제 수용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두 시설은 폭행과 질병으로 숨진 피해자의 시신을 인근 야산에 암매장하기도 했다. 181명 중 암매장에 직접 참여했다고 진술한 이가 7명이었고, 이 모습을 목격한 사람도 24명 있었다. 좁고 비위생적인 시설에서 생활했던 이들은 눈병과 피부병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다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숨지는 경우가 허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선영 진화위 위원장은 “인간의 존엄성 회복을 위해 피해자에 대한 철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영태 부산시 행정자치국장은 “부산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깊은 유감의 말씀을 전한다”며 “형제복지원 피해자들과 동일하게 위로금과 생활지원금 등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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