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차 비극’ 겪은 제주4·3과 대만2·28 맞손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4일 10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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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사건 발단 ‘담배상 폭행’ 이틀 뒤
제주는 3·1절 발포사건으로 4·3 점화
양 사건 재단과 기념과 업무협약 맺어

지난달 28일 열린 2‧28사건 78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가운데 검은색 넥타이)이 희생자의 사진을 둘러보고 있다. 이날 라이칭더 총통은 “2‧28사건으로 대만 사회는 한 세대의 엘리트를 잃었다. 국가를 대신해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사과한다”며 관련 기록 공개, 진상 규명을 약속했다. 대만 총통부 제공
1947년 2월 27일 대만 타이베이시 톈마(天馬) 찻집 앞 노상에서 담배를 팔던 여성이 담배 전매국 단속원에게 폭행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장제스(蔣介石) 국민당 정부는 담배를 전매 독점품으로 규정해 무허가 담배를 팔던 노점상을 대대적으로 단속하던 때였다. 구타 장면을 목격한 시민들은 곧장 달려들어 항의했고, 단속원이 이를 피해 달아나는 과정에서 총을 발사해 시민 1명이 숨졌다.

이틀 뒤인 3월 1일 제주도 관덕정에서는 삼일절 기념대회에 참석한 도민들이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기마경찰이 6살가량의 어린이를 말굽으로 치는 사고를 일으켰다. 하지만 경찰은 아무런 조치 없이 그대로 경찰서로 향했고, 성난 도민들이 항의하자 당황한 경찰들이 군중을 향해 발포, 6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이후 두 섬에서는 극심한 정치적 갈등과 혼란이 빚어졌고, 급기야 본토(중국, 한반도) 군대까지 동원되면서 최소 3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시간이 흐른 뒤 대만과 제주도는 서로가 겪은 기억을 각각 ‘2·28사건’, ‘4·3사건’이라 부르고 있다.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김종민, 사진 왼쪽)은 지난달 27일 타이베이228기념관(台北二二八紀念館, 관장 소명치(蕭明治))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업무협약으로 양기관은 공동사업과 상호교류를 추진한다. 제주4·3평화재단 제공
2차대전 종전 후 동아시아의 대표적 비극으로 꼽히는 2·28사건과 4·3사건이 손을 잡았다.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김종민)은 지난달 27일 타이베이228기념관(台北二二八紀念館, 관장 소명치(蕭明治))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4·3평화재단은 타이베이228기념관과 공동사업 및 상호교류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4·3평화재단은 최근 새 단장을 마치고 지난달 28일 새롭게 개관한 타이베이228기념관의 최신 전시 기법 및 기념관 시설 운영 사례를 공유받아 4·3 80주년을 맞이해 계획하는 평화기념관 리뉴얼에 적용‧활용할 예정이다.

김종민 이사장은 “제주 4·3과 대만 2·28은 비슷한 시기에 발발해 많은 시민이 희생된 아픈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며 “양 기관이 협력해 과거사 해결과 평화, 인권 증진을 위해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8일 2·28국립기념관 야외정원에서 열린 2‧28사건 78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은 “독재자 장제스는 본토(중국)의 전쟁 상황이 계속 악화함에 따라 대만을 통치하기 위해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렀다.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체포되고, 투옥되고, 구타당하고, 살해돼 가족이 이산되고 많은 가족 구성원이 해외로 도피했다. 대만 사회는 한 세대의 엘리트를 잃었다”며 “국가를 대신해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사과한다”며 관련 기록 공개, 진상 규명을 약속했다.

#제주#대만#제주4·3#대만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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