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만나러 3개월 대기”…자전거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5일 15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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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자전거 서비스센터’ 이달 재개
마포구 월 1회 동 돌며 생활형 자전거 수리
동대문구 자전거 교통안전체험학습장 운영
10년 된 ‘따릉이’ 이용연령 제한도 사라져

“여기서 자전거 고치려고 3개월을 기다렸어요.”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아현동 주민센터 앞. ‘찾아가는 자전거 서비스센터’라고 적힌 파란 천막 뒤로 주민 장모 씨(62)가 자전거 2대를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직장에서 은퇴 후 주 5일 한강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그는 2년 전부터 자칭 ‘자덕(자전거 덕후)’의 삶을 살고 있다.

그는 “교통비를 절약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 거의 매일 자전거를 타다 보니 자잘한 수리 사항이 생긴다”라며 “오늘은 두 자전거의 바퀴를 교체하려고 왔는데, 여기만큼 자전거를 잘 봐주는 곳이 없어 겨울 내내 3월이 되기만을 기다렸다”라고 말했다.

● 이달부터 11월까지 찾아가는 수리소

이날 아현동 주민센터 앞에 마련된 ‘찾아가는 자전거 서비스센터’는 마포구가 2013년부터 매년 3~11월 월 1회씩 각 동을 순회하며 생활형 자전거를 고쳐주는 사업이다. 자전거 안전 점검과 브레이크, 기름칠, 기어 세팅 등의 경정비는 무료이고, 튜브·타이어 교체나 브레이크 교체, 기어줄 교체 등 부품 비용이 드는 것은 실비만 받는다.

이날 아현동에서 올해 첫 수리 서비스가 시작되자 천막 앞에는 ‘자전거 명의’를 보러 온 이들로 금세 줄이 늘어섰다. 진눈깨비가 흩날리는 날이었지만 자전거를 끌고 온 주민들은 입을 모아 “3월이 되기만을 기다렸다”라고 말했다.

가족들이 모두 자전거매니아라 집에 자전거만 5대라는 창전동 주민 전모 씨(69)는 “봄이 되면 자전거를 더 많이 타게 될 테니 미리 보수를 받으러 왔다”라며 “사설 수리소에서는 바람 빠진 타이어를 고치려면 5000원을 내야 하지만, 여기서는 500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고령자 운전면허증 반납에 동참했다는 김진위 씨(79)는 “면허증을 반납하며 섭섭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자전거를 더 애용하려고 일부러 수리센터 첫날 시간을 맞춰 방문했다”라고 말했다.

주민이 끌고 온 자전거를 분해해 살펴보던 수리기사 신홍섭 씨(75)는 “12년째 마포구에서 자전거를 고치고 있는데 올 때마다 주민분들이 반겨주시고 수리된 자전거를 끌고 가시는 걸 보면 뿌듯하다”라고 했다.

찾아가는 수리센터 외에도 자전거 교실, 자전거 보험 등 다가오는 봄을 맞아 각종 자전거 사업을 재개하는 자치구도 있다. 동대문구는 올해 3억5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자전거 교통안전체험학습장 운영, 구민 대상 자전거보험 가입 등의 사업을 추진한다. 구에 따르면 지난해 페달 연습부터 주행까지 초보자 맞춤형으로 진행된 자전거 교육은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 총 797명이 참여했다.

송파구는 구민을 대상으로 최대 3000만 원을 보장하는 자전거 보험을 시행한다. 구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총 1619명의 구민이 보험 혜택을 받았으며, 지급된 보험금은 6억 3400만 원에 이른다. 서초, 노원, 관악구 등도 전 구민 대상 자전거 보험을 시행하고 있다.

● 누적 대여 건수 2억 건 돌파한 따릉이

2015년에 정식 운영을 시작해 올해로 10년을 맞은 서울시의 공공자전거 ‘따릉이’는 누적 대여건수 2억 건을 돌파하며 꾸준히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6년 173만 대였던 대여건수는 지난해 2억2135만 대로 늘었고, 가입자 수는 21만 명에서 476만 명으로 늘었다.

최근 서울시는 13세 미만에 제한했던 따릉이의 이용 연령 제한을 없애 유치원생, 초등학생도 따릉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날씨가 풀리며 시민들의 자전거 이용이 늘어나는 만큼 안전한 자전거 친화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찾아가는 자전거 서비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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