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전화, 언론보도 분석한 ‘2024년 분노의게이지’ 발간
주변인 포함 피해자 최소 650명…20대 피해자 가장 많아
“정부 공식 통계 아직도 없어…국가가 근절대책 마련해야”
25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들이 여성 살해를 규탄하는 ‘192켤레’의 멈춘 신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4.11.25. [서울=뉴시스]
지난해 연인관계나 남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된 여성이 최소 181명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언론에 보도된 여성살해 사건을 분석한 결과가 담긴 ‘2024년 분노의 게이지’ 보고서를 7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친밀한 관계 내 살해된 여성은 최소 181명이었다. 이틀에 1명이 살해 당한 셈이다.
살인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374명이었다. 또 자녀, 부모, 친구 등 주변인 피해자 수를 포함할 경우 피해자는 최소 650명이었다.
여성의전화는 “최소 15.8시간마다 1명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해있으며, 주변인 피해까지 포함하면 최소 13.5시간마다 1명이 피해를 당했다”며 “이 통계는 언론에 보도된 최소한의 수치로, 실제 보도되지 않는 사건을 포함하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당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한 여성의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피해자 650명 중 연령대를 확인할 수 있는 346명 분석 결과 20대가 21.97%(7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대(19.36%), 40대(18.5%), 50대(17.05%), 60대(11.85%) 순이었다. 70대 이상은 5.78%, 10대는 5.49%였다.
범행 이유는 ‘홧김에’ 혹은 ‘싸우다가 우발적으로’ 일어났다고 주장한 사건이 155건으로 전체 23.85%로 나타났다.
여성의전화는 “자세하게 살펴보면 직장을 그만두겠다는 연인이 이직하고자 하는 직종이 마음에 안 들어서 목을 조르거나, 치료를 받으라는 아내의 잔소리에 격분해 흉기로 찌르는 등 동등한 개인 간 다툼이 아니다”라며 “가해자가 피해자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살인을 저질러도 되는 소유물로 보는 권력관계에서의 폭력임이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이 외에도 ‘이혼·결별을 요구하거나 재결합·만남을 거부해서(20.92%)’, ‘다른 남성과의 관계에 대한 의심 등 이를 문제 삼아(12.77%)’, ‘자신을 무시해서(4.31%)’ 등이 있었다.
특히 경찰 신고를 한 피해자는 0.8%뿐이었다. 하지만 살해되거나 살해당할 위험에 처한 피해자 650명 중 114명(17.5%)은 경찰에 신고를 하거나 피해자 보호 조치 등을 받고 있는 상태였다.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가정폭력으로 인해 경찰이 임시조치를 신청한 건수는 5790건이며 이 중 법원이 결정한 것은 4647건으로, 약 80%만 승인됐다.
한편 여성 살해 사건은 반려동물에게도 심각한 피해를 미친다고 여성의전화는 전했다.
여성의전화는 지난해부터 별도로 반려동물 피해를 집계하기 시작했는데, 피해자의 주거지에 침입해 반려묘를 세탁기에 돌려 살해하거나 반려동물을 학대하는 영상·사진을 보내 또 다른 피해 상황으로 유인하는 사례 등이 있었다.
이 밖에도 일면식 없는 남성에 의해 일어난 여성살해는 주변인을 포함해 총 187명으로 집계됐다.
피해는 전 연령대에서 발견됐으나 20대가 41명(34.17%)으로 가장 높았다.
여성의전화는 “우리가 ‘분노의 게이지’ 보고서를 발표한 이유는 여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리는 동시에 문제 해결의 정책적 기초가 돼야 할 정부 공식 통계 구축을 촉구하기 위함이었지만, 16주년이 되는 현재도 여전히 정부 공식 통계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민국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누구든지 성별·종교·사회적 신분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국가는 헌법을 수호할 의무를 중히 삼고, 성차별의 극단적인 현상인 여성살해를 성평등 관점에서 바라보고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인 문제로서 여성폭력 근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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