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의료사고 1심 판결 130건 분석해보니
“의료진 수사-재판서 느낄 부담 커”
정부, 유족 동의땐 불벌 특례 추진
필수의료 사고 징역 실형은 3건
2012년 2월 대구 서구의 한 병원. 의사는 7세 화상 환자에게 합병증 등을 우려해 항생제를 투여했다. 이후 고열, 호흡곤란 등을 보였지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환자는 15시간 넘게 증상을 보이다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고 이후 2시간 만에 패혈증으로 숨졌다. 법원은 2020년 의사에게 벌금형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의료계는 의사들이 업무상 받아야 하는 ‘형사 리스크’가 무겁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환자와 가족들은 “단순 과실로 의료사고를 낸 의사에게 특혜를 줄 수 없다”고 반박했다.
● 의료 치사 1심까지 평균 42개월 걸려
본보가 법원도서관 판례 열람 등을 통해 2020∼2024년 의사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사건 1심 판결문 130건을 분석한 결과 무죄 판결은 37건(28.4%)이었다. 나머지는 벌금형(45건), 금고형(40건), 징역형(3건), 금고형 및 벌금형(3건), 선고유예(1건), 공소 기각(1건) 등이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은 업무상의 과실로 인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다치게 한 범죄를 말한다.
의료사고 피해자가 숨진 53건의 경우 사건 발생부터 1심 선고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약 42개월이었다. 법무법인 오킴스 조진석 변호사는 “다른 직종의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경우 1심 판결까지 평균 약 1년 6개월이 소요된다”며 “의료진이 수사 과정과 형사 공판 과정에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30건 중 필수의료와 관련된 판결은 44건이었으며 16건(36%)만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나머지는 금고형(14건), 벌금형(12건), 징역형(1건), 공소 기각(1건) 등이었다. 매년 5, 6건 정도 벌금형 이상이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에게 내려진 셈이다. 필수의료는 응급, 외상, 감염, 분만 등 필수불가결한 의료 서비스를 말하며 진료과목으로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이다.
정부도 이와 관련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필수의료 분야에서 의료사고로 환자가 사망하더라도 유족 전원이 동의하면 ‘반의사불벌’ 특례를 적용해 의료진을 형사처벌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징역 실형까지 받은 사례는 3건에 그쳐
금고형 이상은 46건이었지만 이 중 37건은 집행유예를 받았다. 징역 실형까지 받은 사례는 3건에 그쳤다. 법률사무소 해울 신현호 변호사는 “일반 형사사건 무죄율이 1% 남짓이다. 의사의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의 무죄율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프로포폴이나 미용시술과 관련된 사건 비율도 높은 편이었다. 환자가 숨진 53건 중 프로포폴 관련 사고가 8건이었다. 업무상 과실치상 77건 중 19건(25%)은 미용시술 관련이었다. 전문가들은 의료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윤 연세대 의대 의료법윤리학과 교수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며 “반복되지 않도록 데이터를 축적하고 정부가 나서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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