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일가족 4명 사망… “40대 가장, 빌려준 3억 못 받아 생활고”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11일 12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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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의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추락해 숨진 40대 가장은 지인에게 빌려준 돈 3억 원을 돌려받지 못한 상황을 비관했던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경기 수원중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9일 오전 4시 29분경 수원시 장안구의 한 아파트 단지 지상 주차장에서 4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전날 지인에게 “생활이 어려우니 빌려준 돈을 빨리 갚아 달라”고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남성이 자신이 사는 아파트 꼭대기 층인 25층에 올라가 투신한 것으로 파악하고 40대 아내, 10대 아들과 딸과 함께 사는 집을 찾아갔다. 하지만 문이 잠겨 있어 되돌아왔다. 인근 주민이 경찰에 “이 집 가족들은 주말마다 여행을 간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이를 믿고 문을 강제 개방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당일이 일요일이라 주민센터 문이 닫혀 있어 다른 가족을 찾아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망한 남성의 신원을 확인한 지 27시간 가량 지난 10일 오전 11시경 주민센터에서 호적등본 등을 통해 그의 가족들을 확인했다. 이후 집 비밀번호를 알아내 문을 열었다. 경찰은 안방에서 아내, 중학생 아들, 초등학생 딸 등 시신 3구를 발견했다. 시신의 목 부위에는 졸림 흔적이, 방바닥에서는 불을 지핀 흔적이 발견됐다. 경찰은 아내와 자녀 등 3명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사인이 ‘경부압박(목 졸림)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1차 구두 소견을 받았다.

경찰은 휴대전화 메시지 내역 등을 토대로 사망한 남성이 아파트에서 추락하기 전 가족들을 살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채무 관계 때문에 비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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