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법률서인 ‘대명률’이 도난품으로 확인돼 보물 지정을 받은 지 9년 만에 취소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11일 국가유산청은 문화유산위원회 동산문화유산 분과가 최근 열린 회의에서 보물 ‘대명률’의 지정 취소를 위한 계획을 가결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허위 지정 유도에 따른 형이 집행됨에 따라 이에 따른 후속 처리를 진행하기 위한 조치”라며 “보물 지정에 대한 행정처리 법률자문을 시행해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대명률은 중국 명나라의 형법 서적으로 2016년 7월 보물로 지정됐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조선 왕조의 법률을 연구할 수 있는 자료였다. 조선 태조가 1932년 반포한 즉유교서에서 대명률을 사용하기로 선언하면서 대명률은 조선시대 형법의 근간이 됐다. 대명률을 조선의 현실에 맞게 해석해 사용기 때문이다.
이 대명률은 대명률직해 저본이 된 홍무22년률(1389)로 판단되며, 국내외에 전본(傳本)이 알려지지 않은 희귀본이다.
하지만 보물 지정 몇 달 뒤인 2016년 11월, 경기북부경찰청이 도굴꾼과 절도범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이 대명률이 장물로 확인되면서 사건의 진상이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경북 영천에서 사설 박물관을 운영하던 A 씨가 2012년 장물업자로부터 1500만 원에 대명률을 사들인 후, 같은 해 10월 국가유산 지정을 신청했다. A 씨는 대명률을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았다고 속인 것으로 밝혀졌다.
대명률을 판매한 장물업자는 A 씨가 보물 지정 이후 약속한 1,00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지 않자, 수사 기관에 도난 및 판매 사실을 알렸다. 결국 A 씨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2022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대명률이 보관되어 있던 문화 류씨 가문이 세운 서당 육신당 측은 1988년 현판과 고서 등 유물 81건, 235점이 사라졌다고 신고한 바 있으며, 이 대명률 역시 그중 하나였다.
국가유산청은 2011년 대명률이 도난당한 사실을 공고했지만, 당시 도난당한 유물임을 명확히 확인하지 못해 보물로 지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유산청은 지정 취소와 관련해 “사진 등의 기록이 부족한 상황에서 유물의 출처를 명확히 확인하기 어려웠다”며 “이번 취소가 첫 사례인 만큼 법률 검토와 전문가 자문을 거쳐 행정 처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대명률은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임시 보관 중이다. 대명률의 보물 취소는 보물 지정 이후 문제가 발견되어 취소된 첫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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