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사고 현장에서 부상자를 자신이 운전하던 견인차로 밟고 지나가 숨지게 하고, 피해자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까지 숨긴 견인차 운전자가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김연하)는 1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견인차 기사 A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도주의 고의가 없었고, 피해자를 충격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고 발생 당시 가해 차량이 피해자를 역과하며 흔들린 점이 블랙박스에서도 확인돼 단순 충돌이 아닌 무언가를 밟고 지나갔다는 것을 (피고인이)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며 “피고인은 직접 목격자가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 블랙박스 카드까지 은닉하며 증거 은폐를 시도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사고후 미조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견인차 기사로 일반인보다 더 높은 주의의무를 가지고 있음에도 후진 역주행을 하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했고,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며 “또 사고 이후 블랙박스 카드를 은닉, 증거인멸을 시도해 죄질이 불량함에도 항소심에서 도주 사실을 부인하며 이 사건을 다투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18년 유사한 역주행 사고 전력이 있음에도 이 사건 사고를 일으켰고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며 “다만 피고인이 교통사고를 당한 피해자가 1차로에 누워있을 것이라 예견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다시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해 4월28일 오전 2시51분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면 제2중부고속도로 서울방향 상번천졸음쉼터 인근에서 발생한 사고 피해자 B(30대)씨를 자신이 운전하던 견인차로 밟고 지나가(역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또 사고 사실을 숨기려고 자신의 차량 블랙박스와 사고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까지 훔쳐 숨겼다.
앞서 발생한 사고는 B씨의 차량이 앞서가던 스포츠유틸리차량(SUV)을 들이받으면서 벌어졌다. 사고 후 B씨는 차에서 내려 직접 신고하고 통증이 있다고 말하며 돌아다니기도 하다 이내 자신의 차량 옆에 주저앉아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견인차가 왔다 간 뒤 B씨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고, 결국 심정지 상태에 빠져 병원 이송됐다.
경찰은 관계자 진술 등을 듣고 수사에 착수해 A씨 견인차가 도로 위에 앉아 있던 B씨를 밟고 지나가는 장면이 담긴 구급차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했다.
A씨는 견인을 위해 중앙분리대와 B씨 차량 사이로 지나가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를 낸 A씨는 차에서 내려 구호 조치 없이 블랙박스 메모리만 훔쳐 현장을 떠났다.
1심은 “사고로 도로에 쓰러져 있던 피해자를 견인차로 쳐 역과하고, 구호 조치도 없이 도주해 사망에 이르게 한 점, 이후 피해자 차량의 블랙박스를 꺼내 은폐한 점 등으로 미뤄 과실이 중하다”며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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