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의 카메라 감독이었던 A씨는 갑작스러운 전신마비 및 호흡기능 마비 증세에 시달렸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아 평생 짊어졌던 방송용 카메라를 드는 것도 힘겨워졌다. 병원에선 ‘길랭-바레증후군(급성 마비성 질환의 일종)’을 진단했다. 갈수록 마비 증세가 심해졌던 A씨는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중증치료를 받다가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으로 옮겨 입원했다.
안산병원은 직장 복귀를 간절히 원하는 A씨를 위해 신경외과 주치의, 재활의학과 협진, 재활치료사, 산재관리간호사 등 전문 의료진이 전문재활치료를 진행했다. 스스로 호흡도 불가능했던 A 씨는 몇 개월간의 전문 재활치료 끝에 무사히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 신청 승인 건수는 15만1753건으로 2020년 11만2670건을 기록한 이후 5년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꾸준히 증가하는 산재근로자들의 직업복귀를 위해 안산, 인천, 대구 등 주요 거점 11개 도시에 종합병원을, 서울 등 3개 도시에 외래재활센터를 운영중이다. 공단은 산재 및 지역 공공의료 발전에 헌신한 의료진에게 ‘대한민국 산재의료대상’을 수여하고 있다. 2024년 대한민국 산재의료대상에는 임호영 안산병원장이 선정됐다. 임 병원장은 2006년 안산병원장으로 취임 후 19년간 재직하면서 산재의료서비스를 강화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음은 임 병원장과의 일문일답.
-이번 대상 수상은 어떤 공적으로 받은 건가
“산재환자에 대한 표준치료 매뉴얼을 정립했다. 재해 발생 후 치료부터 직업복귀까지 체계적인 재활서비스 제공과 함께 어려운 의료여건에서도 161점의 재활치료장비와 근골격계치료실, 중추신경계치료실 등을 갖춘 수도권 서남부지역 최대 규모의 재활전문센터를 신규로 설립했다. 이를 통해 산재근로자의 직업복귀에 크게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공단병원에서는 산재근로자 직업복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공단병원은 일반 병원과 비슷하게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일반진료과를 운영하며 지역거점병원 역할을 한다. 특히 직업복귀를 위한 재활치료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재활전문센터는 세계적 규모의 시설, 인력 등을 갖추고 산재근로자의 직업복귀를 위해 1대 1 도수·운동치료 등 재활치료와 직업능력평가·작업능력 강화, 재활보조기구 적응훈련 등 직장복귀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덕분에 매년 산재환자 전문재활 치료비율과 직업복귀율이 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 직영병원 산재근로자 직업복귀율은 2020년 60%에서 지난해 69%까지 올랐다.”
-산재근로자의 직업복귀가 중요한 이유는
“근로자 개인의 입장에서는 다시 일터로 복귀해 경제 활동이 가능한 몸 상태로 돌아가는 것, 재해발생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한 부분이다. 산재를 당한 숙련근로자의 빠른 일터 복귀는 국가 일자리 정책의 핵심이며 국가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산재근로자에게 더 많은 집중재활치료를 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지
“산재환자의 경우 신체에 무리를 줄 수 있는 업무에 종사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조기 집중재활치료를 시행함으로서 장해의 정도를 최소화하고, 가급적 원래 직장에서 담당하던 직무로 복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준다. 만일 재활치료가 미흡할 시에는 재발 가능성이 높아 근로손실 등이 커지게 됨으로 제때 제대로 된 집중재활치료가 필요하다.”
-공단병원은 산재근로자만 이용이 가능한가
“공단병원은 24시간 이용 가능한 응급실과 일반내과, 정형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치과, 종합검진실 등이 개설되어 산재근로자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병원이다. 특히,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신종인플루엔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등 국가적인 의료 위기상황에서 선별진료소, 안심병원 및 격리병실을 운영하여 공공병원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공단병원 운영과 관련해 바람이 있다면
“일반병원과 산재병원의 가장 큰 차이는 재활 인프라 수준과 전문적 역량의 차이다. 산재병원은 재활 치료를 잘하는 병원으로, 유수의 대학병원에서도 부러워 할 정도의 첨단 재활장비와 풍부한 임상 케이스를 갖추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급성기 산재환자의 신속한 재활을 위한 제도적 장치나 진료시스템 구축 등 산재의료의 질 향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수준 높은 산재의료 재활서비스 제공에 이은 새로운 재활프로그램의 연구 개발을 강화해 산재근로자의 사회복귀에 더욱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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