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영장으로 별도 혐의 증거 확보
2차 영장으로 증거 수집…추가 기소
“1차 집행 시 관련성 판단…위법 아냐”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2018.07.31 뉴시스
압수수색 대상의 관련성 여부는 집행 당시를 시점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으로 환송한다고 24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는 압수수색의 관련성,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지적했다.
국방전비태세검열단 검열관으로 근무한 피고인 A씨는 전역 과정에서 검열관 근무 당시 취급한 연평도서 작전현황, 대연평도 작전현황 등 군사 2급 비밀과 합참예비전력운용 문건 등 군사 3급 비밀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군검찰은 2018년 7월 다른 부대 소속 원사 B씨의 군사기밀 누설 혐의를 수사하던 중 A씨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1차 영장)을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A씨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포착했다.
군검찰은 재차 A씨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2차 영장)을 발부 받았고, 수사를 거쳐 A씨를 기소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압수수색 대상이 되는 ‘혐의와의 관련성’에 대한 판단 시점이었다. 영장 집행 과정에서 관련성이 있다고 보고 증거로 수집했지만 해당 사건의 직접증거는 아니었을 경우 위법수집 증거로 판단해야 하는지가 관건이었다.
1심과 2심에서는 A씨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1차 영장에 기재된 범죄 사실과 해당 영장으로 압수된 문건을 통해 포착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가 무관하기 때문에 위법수집 증거라는 판단이었다.
원심 재판부는 “1차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확보한 A씨의 군사기밀 유출 자료는 B씨의 혐의사실에 대한 간접, 정황 증거도 아닌 별개의 증거”라며 “A씨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에 대한 유죄 증거로는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군 수사기관이 1차 압수한 문건을 A씨에게 환부하지 않고 2차 영장을 발부 받아 수사기관에 보관된 문건을 강제로 압수했기 때문에 위법수집 증거가 된다고도 지적했다. 대법원의 ‘위법수집 증거는 사후 영장이 발부됐다 하더라도 위법성 치유가 되지 않는다’는 판례에 따라 1차 압수의 위법성이 치유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1차 영장을 통해 압수한 문건이 재판에서 혐의사실과 관련성을 부정하는 사정이 밝혀졌다고 하더라도 이미 이루어진 압수처분이 곧바로 위법하게 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원심은 이 사건 각 문건의 생성, 취득 경위를 들어 1차 압수의 위법성을 판단했다. 그러나 이는 1차 압수 이후의 수사, 재판 과정에서 비로소 확인된 사정일 뿐 1차 압수 당시에 수사기관이 알거나 알 수 있었던 사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기관은 이 사건 공소사실과 유사한 혐의사실이 기재된 2차 영장을 발부 받아 피고인의 참여 하에 영장을 집행해 문건을 다시 압수했다”며 “피고인이 1차 압수 과정에서 문건을 훼손하려 했던 점, 2차 압수 당시 피고인의 참여권이 보장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1차 압수 후 문건을 일시 반환하지 않았다고 해서 2차 압수 절차가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1차 압수영장 당시까지 드러나거나 알 수 있었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A씨가 소지하고 있던 부대배치현황 등 관련 문건은 B씨에 대한 1차 영장 혐의사실에 대한 간접, 정황증거가 될 수 있다”며 “1차 영장 혐의사실에 관한 B씨 자백의 진실성을 담보할 보강 증거로서의 가치를 갖고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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