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경북 영양군 석보면 답곡리 일대 민가들이 산불로 인해 불에 타있다. 2025.3.26/뉴스1
“뉴스로 산불의 방향부터 확인하고 침엽수림과 계곡을 피해 달아나라.”
영남권 초대형 산불로 곳곳에서 인명 피해가 늘고 있다. 성묘객들이 대거 이동하는 한식(寒食·4월 5일)도 다가오는 가운데 실제로 산불 상황에 직면할 경우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림청 ‘산불방지 국민행동요령’과 행정안전부 ‘사회재난 안전요령’에 따르면 산불을 만나면 현재 자신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대응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초동 대응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상황별 산불 대피 방법. 산림청 홈페이지산에서 성묘 도중, 혹은 등산을 하다가 산불을 만나면 일단 안내 방송이나 스마트폰 뉴스를 통해 산불 관련 소식이 있는지, 불의 진행 방향은 어느 쪽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자칫 불길이 다가오는 쪽으로 가다간 더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한 산불의 진행 경로에서 벗어나는 쪽으로 피해야 한다.
이동할 때는 산과 최대한 거리를 둘 수 있는 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만약 아직 산 속에 있다면 불에 잘 타는 소나무 등 침엽수림이나 불이 잘 번지는 계곡은 피해야 한다. 대신 잎이 넓은 활엽수림을 따라 이동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안전하다. 대피할 때는 바람을 등지고 주변에 낙엽이나 가지 등을 제거한 뒤 엎드려 몸을 낮춘 자세로 이동해야 한다.
● 집에서는 문-창문 막고 대피 준비
산불 발생 당시 가까운 지역에서 집 안에 있다면 문과 창문을 닫고 가스 밸브부터 닫아야 한다. 가스 폭발 위험을 막기 위해서다. 산불 연기나 어둠 속에서도 소방관이 집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집 안의 전등과 조명은 켜두는 것이 좋다. 커튼은 쉽게 불이 붙기 때문에 떼어내고, 나무 옷장 등 불에 잘 타는 가구는 문과 창문에서 멀리 떨어지도록 방이나 거실 한 가운데로 옮겨놔야 한다.
아직 산불과 집 사이의 거리가 다소 여유 있다면 집 주변을 미리 정리해야 한다. 불이 쉽게 붙는 물건이나 인화성 물질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겨놓고 충분히 물을 뿌려놔야 한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집 주변과 지붕 등에 물을 미리 뿌려두는 것도 화재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라며 “불씨가 날아와 옮겨붙는 걸 방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스프링클러나 호스 물을 계속 틀어 놓지는 말아야 한다. 소방관이 출동해 진화 작업에 나설 경우 진화용 물을 끌어와야하는데 물을 미리 틀어놓으면 수압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집 안팎을 정비한 뒤에는 언제든 대피할 수 있도록 재난방송을 주시하고 대피소 위치와 이동 경로를 미리 찾아둬야 한다. 비상용품도 준비한 뒤 차는 출입구 가까이에 옮겨놓고 차 열쇠도 몸에 지니고 있어야 한다.
가축이나 반려 동물을 놔두고 대피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 충분한 물과 먹이도 준비해야 한다. 대피할 때는 축사 문을 열어두고 반려동물 목줄도 느슨하게 풀어야 동물들이 불길을 피해 달아날 수 있다. 노약자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곁에 있다면 이웃이나 거주지 관할 행정복지센터, 구청 등 행정기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 봄철 산행, 라이터 가져가지 말아야
전문가들은 산불이 발생한 뒤 대피하는 것 보다는 처음부터 산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봄철은 바람이 세게 불기 때문에 산에서는 절대 담배를 피거나 불을 피우지 말아야 한다. 성묘하러 갈 때도 라이터, 부탄가스, 향 등 화기나 폭발물, 인화성 물질을 가지고 가지 않는 것이 좋다. 백민호 강원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담배나 향을 피우는 행위는 평상시엔 문제가 없지만 봄철 산불이 확산하는 기간에는 주의해야 한다”라며 “돌발적인 바람이 많이 부는 등 기상 조건 자체가 화재 위험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