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새벽 경북 의성군 옥산면 신계2리 야산의 산불이 산등성이를 따라 마을을 향해 번지고 있다. 지난 22일 의성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청송과 영양, 영덕 등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의성=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빨리 대피하세요! 마을까지 불 번지기 직전입니다!”
경북 산불 발생 엿새째인 27일 새벽. 의성군 옥산면의 한 마을 산등성이에 불길이 번지자, 소방 관계자들이 마을 주민들에게 대피시키며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불길은 점점 마을 쪽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불길의 기세에 이날 새벽 의성군에서는 화마에 맞선 싸움이 이어졌다.
마을 곳곳에는 소방 관계자들이 살수차를 동원해 물을 뿌리며 확산 속도를 늦추고 있었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번지는 불길에 이들 모두 역부족인 모습이었다. 마을 경계에 배치된 소방관들은 각자 호스를 들고 다가오는 불길을 잡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부족한 인력 탓에 이들은 화재 진압과 마을 주민 대피를 번갈아 가며 수행했다. 물을 뿌리던 한 소방관은 “여기를 포함해 불 끌 사람이 모자라 애를 먹고 있다”라고 말했다.
27일 새벽 의성군 옥산면 신계2리의 한 마을 산등성이에서 불길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의성=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불길은 옥산면에서 30km가량 떨어진 안평면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타오르는 화염에 창길리의 한 마을은 긴 불 띠로 둘러싸여 있었다. 능선 넘어 잠시 정체된 불길에 마을 주민들과 소방 관계자들은 긴장 상태로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