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가슴 쓸어내린 안동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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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년 3월 28일 0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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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만 늦었어도” 아찔했던 상황…안동체육관 주민 400여명 긴급 대피
‘최악화마’ 의료진·자원봉사자들 ‘동분서주’…전국 각지서 구호품 보내와

27일 경북 안동시 안동체육관에 산불 이재민을 위한 대피소가 마련돼 있다. 뉴스1
27일 경북 안동시 안동체육관에 산불 이재민을 위한 대피소가 마련돼 있다. 뉴스1
1분만 늦었어도 다 죽었을 겁니다.

김 모 씨(57·남)는 “산불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며 아찔했던 당시 상황을 이같이 떠올렸다. 김 씨는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차를 타고 가는 중에도 열기 때문에 후끈거렸다”며 “연기 때문에 너무 뿌예서 150m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북 북부 산불이 엿새째 이어진 지난 27일 오후 안동시 안동체육관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주민들은 처음 겪은 대형 산불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대형 전광판으로 전해지는 재난 보도들은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니었다. 대피소엔 27일 오후 4시 기준 총 411명의 이재민이 머무르고 있었다.

27일 경북 안동시 안동체육관에 마련된 산불 이재민을 위한 대피소에서 김 모 씨(57·남)가 대피 당시 직접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뉴스1
27일 경북 안동시 안동체육관에 마련된 산불 이재민을 위한 대피소에서 김 모 씨(57·남)가 대피 당시 직접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뉴스1
한데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이 모 씨(82·여)와 임 모 씨(86·여), 김 모 씨(87·여)는 모두 안동시 일직면 원리 주민이다. 이들은 갑자기 덮쳐온 불길 때문에 물건은 챙길 틈도 없이 급히 집을 버리고 몸을 피해야 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 씨는 “살림살이를 다 내버려두고 몸만 겨우 빠져나왔다”며 “우리 마을뿐만 아니라 다른 마을 전체가 불에 타서 충격이 매우 크다”고 토로했다.

대피소 생활이 나흘째인 장 모 씨(77·남)는 “불이 나고 나서 집에는 두 번 가봤지만 연기가 너무 매워서 머물러 있기 힘든 상황”이라며 “소를 키우는 가구에선 소가 몇 마리씩 죽었다고 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 텐트에선 임 모 군(12·남)이 늦은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임 군은 지난 25일 부모님, 조부모님과 함께 이 대피소에 왔다. 임 군에겐 특히 이번 산불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임 군은 “집 방향으로 불이 확 넘어오니까 두근거리고 무서웠다”면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26일 오후 경북 안동시 안동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산불 이재민 대피소에서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들이 구호 물품을 배분하고 있다. 뉴스1
26일 오후 경북 안동시 안동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산불 이재민 대피소에서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들이 구호 물품을 배분하고 있다. 뉴스1


의료진·자원봉사자들 ‘구슬땀’…이불부터 간식까지 ‘온정의 손길’ 이어져

대피소에선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이 주민들의 건강과 편의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 중엔 산불이 시작된 이후 대피소에 새벽에 나왔다가 늦은 밤 귀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의료진은 대부분 고령인 주민들의 건강 상태를 수시로 살폈다. 보건소 직원 박 모 씨(여)는 “의료진은 교대로 주민들을 살피고 있다. 밤을 새우는 분들도 많다”며 “목감기약이랑 근육통 약을 찾는 어르신이 많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이불과 담요, 간식류 등 구호품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구호품은 지방자치단체와 건강보험공단은 물론이고, 심지어 개인 카페 등에서도 보내왔다.

시청 관계자는 “일부 시민은 자신이 사는 아파트 주민들의 기부를 모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구호품을 전달해왔다”며 “광주에선 시민들이 근처 빵집의 빵을 최대한 사서 생수랑 같이 직접 운전해서 가져다주시기도 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27일 산불 피해가 심각한 안동시 등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관련 법령에 따라 피해자 지원 등 범부처 차원의 조치가 이뤄진다. 27일 오후 5시 기준 안동 지역 산불의 진화율은 63%를 보이고 있다.

(안동=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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