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으로 의사 명의를 빌려 운영하는 ‘사무장 병원’에서 정부가 환수를 결정한 금액이 926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가운데 569억 원은 환수할 수 없는 돈으로 처리된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2024년 사무장 병원이 부당하게 받아간 요양급여비 중 환수가 결정된 금액이 총 9263억4500만 원에 달했다.
요양급여비는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해서 받는 돈이다. 사무장 병원은 불법이기 때문에 애초 공단에 요양급여비를 청구할 수 없다. 요양급여비를 청구하다가 사무장 병원이라는 사실이 적발되면 공단은 지급된 요양급여비를 환수하는 절차를 밟는다.
사무장 병원을 세운 법인이 해산하거나 병원이 폐업하면 요양급여비 환수는 사실상 어려워진다. 이럴 경우 공단은 요양급여비를 돌려받지 못하는 돈으로 ‘결손 처분’하고 있다. 은행이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부실 채권으로 간주해 손실 처리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2020~2024년 전체 환수 결정액 중 이렇게 결손액으로 처리된 요양급여비는 568억5300만 원에 달했다.
건보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이처럼 불법 사무장 병원으로 인해 건보재정에 누수가 생겨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해 사무장병원이 부당하게 받아간 요양급여비를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의무를 확대해 건보재정 누수를 촘촘하게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