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의 서울시립승화원에서는 매일 ‘무연고 사망자’의 공영장례식이 열린다. 장례를 치러줄 연고자가 없는 이들을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조사를 낭독하고 시신을 화장장까지 운구한다. 매일 4~6명의 고인이 이곳에서 세상과 이별한다.
서울시는 2018년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지원하는 ‘공영장례’ 제도를 도입했다. 현재 전국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이 제도를 운영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시와 협력해 공영장례를 지원해 온 인권 단체 ‘나눔과 나눔’의 김민석 사무국장에게 28일 무연고 사망자의 마지막 길을 사회가 어떻게 함께 책임져야 하는지 들어봤다.
‘나눔과 나눔’의 김민석 사무국장. 본인 제공.
―‘무연고 사망자’라고 하면 흔히 가족이나 지인이 전혀 없는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실제 현장에서 마주하는 상황은 어떤가. “많은 사람이 무연고 사망자를 ‘고독사한 노인’으로 상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전체 무연고 사망자 중에서 연고자가 전혀 없는 경우는 30%뿐이고 나머지 70%는 연고자가 있지만 시신 인수를 거부한 경우다. 가족이 있어도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될 수 있는 것이다.”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이 2015년에 한 조사를 보면 평균 장례비용이 1380만 원에 달한다. 간소하게 치러도 수백만 원이 드니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시신을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하는 경우가 많다. 위임서에 ‘저도 수급자입니다. 이렇게 되어서 미안합니다’라고 적은 분도 있었다. 돈이 없어 장례를 못 치르는 게 잘못은 아닌데 이분들이 느끼는 죄책감은 생각보다 크다. 그래서 ‘어떻게 가족의 장례를 외면할 수 있느냐’고 말하기보다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이해해야 한다.”
―공영장례를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무연고 사망자라고 해서 애도할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다. 이웃이나 친구도 고인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에게 충분히 애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그저 시신을 ‘처리’하게 되면 남은 이들이 일상으로 돌아오는 게 굉장히 힘들 수 있다. 그래서 애도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 적절한 의례를 통해 고인을 잘 떠나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고인의 영정 사진도 정성스럽게 준비한다고. “무연고 사망자의 공영장례라고 해서 다른 장례보다 못해서는 안 된다. 미리 찍어둔 영정사진이 없다면 지인이나 유족에게 받은 고인의 얼굴에 정장이나 한복을 합성해 사진을 만든다. 고인이 떠나는 길에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 일을 하면서 느낀 건 누구나 무연고 사망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족이 있어도 관계가 끊겼거나, 고령인 경우 스스로를 ‘예비 무연고자’라고 여기기도 한다. 최근 늘고 있는 비혼 1인 가구 중에는 ‘나도 무연고 사망자가 되는 거냐’고 묻는 경우도 있다. 공영장례 제도의 존재는 그 자체로 이들에게 사회가 나를 존엄한 존재로 여긴다는 위안이 된다. 무연고 사망은 일부 예외적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시혜나 동정의 시선보다, 언제든 ‘내 일’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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