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문화로 야금야금’ 행사 시작
한성백제·서울역사·공예박물관 등 8곳
금요일 밤 9시까지 문화시설 야간개장
전시·공예 등 어린이 체험 가득
“퇴근 후에도 아이와 놀러 갈 곳이 생겨 얼마나 반가운지 몰라요”
4일 오후 6시 반 서울 송파구 서울백제어린이박물관에서 권기환 씨(41‧경기 성남시)가 백제 시대 의복과 신발을 착용한 아들 승현 군(7)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이날 아들과 박물관 토기 전시를 관람했다는 권 씨는 “평일 저녁에는 외식이나 산책 말고는 아이와 할 게 딱히 없었는데 이런 박물관 야간 개장 행사는 너무 소중하다”라고 했다. 승헌 군은 “아빠랑 색깔이 예쁜 백제 옷도 입어보고 멋진 칠지도를 보게 돼 기분이 좋다”라며 웃었다.
● “퇴근 후 아이와 즐길 수 있어”
서울시는 이날부터 연말까지 매주 금요일마다 서울백제어린이박물관 등 주요 시립 문화시설을 연장 개방하는 ‘문화로 야금야금(夜金夜金)’ 행사를 시작했다. 평소 오후 6, 7시면 문 닫던 문화시설들이 오후 8, 9시까지 연장 운영한다. 시민들이 평일 퇴근 후에도 여유롭게 문화시설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연장 운영시간 동안 박물관이나 전시관을 자유관람할 수 있고 시설이 마련한 체험과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이날 오후 방문한 서울백제어린이박물관 1층에서는 박물관이 야금야금 행사를 위해 마련한 교육 프로그램이 한참 진행 중이었다. 초등학교 1, 2학년 어린이 7명이 삼국시대 백제 관련 전시물 앞에서 박물관 교육 강사 설명을 듣고 있었다. 강사가 “기와를 만드는 기술자를 ‘와박사’라고 불렀어요”라며 아이들에게 백제 시대 기와 문화에 관해 설명하고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기와를 내밀자 아이들이 “연꽃무늬가 예뻐요”라며 감탄했다.
이후 아이들은 보존과학자 체험실로 이동해 발굴 문화재 모형을 직접 만지고, 퍼즐처럼 조립하는 활동을 했다. 한국인 어머니와 함께 방문한 칸톨라 재인 양(7‧서울 강동구)은 “연꽃 수막새를 직접 보고 만지니까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재밌다”고 말했다.
체험실 다음 활동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만들기였다. 아이는 물론 부모들도 함께 야광 스티커로 발광다이오드(LED) 풍선을 꾸몄다. 이어 참가자들은 직접 만든 발광 다이오드 풍선을 가지고 밖으로 나가 몽촌토성 주변을 돌고 올림픽공원 사진 명소 ‘나홀로나무’ 앞에 모여 기념 사진을 찍었다.
● 다음달부터 야간공연 관람권도 운영
‘문화로 야금야금’은 지난해 ‘서울 문화의 밤’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된 사업이다. 올해는 △한성백제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종로구) △서울공예박물관(종로구) △서울시립미술관(중구) △서울도서관(중구) △남산골한옥마을(중구) △운현궁(종로구) △세종‧충무공이야기(종로구) 등 8개 서울시 문화시설에서 진행한다.
운영시간을 단순히 연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시 해설 교육은 물론 음악, 마술, 서커스 공연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각 문화시설의 특성을 살린 체험 활동도 눈길을 끈다. 서울공예박물관에서는 직조 틀을 활용해 컵받침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고, 세종‧충무공이야기 전시관에서는 어린이들이 거북선 내부를 둘러보는 ‘승선 체험’도 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서울시는 다음 달부터 ‘야간공연 관람권’도 운영한다. 매주 금요일 저녁 이후 대학로 우수 공연을 1만 원에 관람할 수 있는 표다. 자세한 일정과 프로그램 정보는 서울문화포털과 각 문화시설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송진호 기자ji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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