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장이 7일 오전 부산경찰청 브리핑룸에서 6명이 숨진 반얀트리 부산 해운대 리조트 화재사건의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올 2월 근로자 6명이 숨진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리조트 화재는 용접 불티가 보온재에 옮겨붙어 발생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화재 당일 리조트 공사 현장 8곳에서 용접과 같은 화기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는데 사망자가 발생한 현장에만 화재감시자가 배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와 부산고용노동청은 7일 오전 부산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담은 반얀트리 리조트 화재 사건의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화재는 건물 3곳 중 가운데 있는 B동에서 발생했다. 1층 PT룸(배관 관리·유지·보수 공간)에서 배관 용접 작업 때 발생한 불티가 지하 1층의 수처리실 상단부의 배관 단열재에 옮겨붙으면서 불이 확산했다. 당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는 PT룸에서 스테인리스 재질의 배관을 그라인더로 잘라내고, 밸브가 부착된 배관을 그 자리에 부착하기 위해 아르곤 용접을 진행 중이었다고 한다. 1층과 지하 1층 천장 사이에 직경 10㎝ 크기의 천공이 10개 넘게 있었고, 용접 불티가 이 천공을 통해 지하 1층 상단부 배관에 떨어져 불이 붙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용접 작업 때 불티가 튀는 것을 막는 방화포는 이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화기 작업 때 배치돼 방화포 설치 여부를 확인할 의무가 있는 화재감시자도 이곳에 없었다. 경찰은 이날 리조트 현장 8곳에서 화기 작업이 진행됐는데 이곳을 제외한 7곳에는 화재감시자가 활동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담배 등 다른 요인에 의해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경찰은 화재 현장에는 화재감지기와 같은 소방시설 설치가 미흡한 상태였고, 그나마 있던 소방시설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동훈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장은 “1층과 지하 1층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는 소방수를 공급하는 밸브가 연결되지 않았거나 수동으로 잠겨 있었다”며 “스프링클러만 제대로 작동했더라도 다수의 사망자가 나오는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과 노동청은 반얀트리 리조트 시공사인 삼정기업과 삼정이앤시의 경영책임자 등 6명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했다. 노동청은 삼정기업의 다른 공사 현장에 대한 특별감독을 시행한 결과 용접 작업 때 불티 흩어짐을 방지하는 조치를 시행하지 않은 다수의 공사 현장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박희주 부산고용노동청 광역재해수사과장은 “막바지 공사 현장에 근무 중이던 협력(하청)업체 안전관리자가 다른 현장의 일자리를 찾아 떠나 안전 공백이 생기는 사례가 많다”며 “사소한 부주의가 큰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공사 현장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경찰은 반얀트리 리조트가 소방시설 및 건축물 사용승인을 받은 건축물임에도 화재 당일까지 대규모 공사가 진행 중이었던 점과 관련해 관할 기장군청과 소방서의 사용승인 과정에 부적절한 점이 없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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