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서예가, 12·3 이후 122일간 붓글씨 모아 작품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8일 12시 17분


서예가이자 전남도의회 의원인 이규현 씨가 6일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60대 서예가가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부터 붓을 들고 민주주의의 염원을 담은 작품 활동을 이어오다,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 직후 개인전을 열었다.

서예가 이규현 씨(67)는 5일부터 9일까지 닷새 동안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민주주의여 만세!’라는 제목의 개인전을 개최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부터 올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까지 122일 동안 매일같이 붓글씨를 써왔다. 이 씨는 8일 “122일 동안 민주주의 염원을 담아 붓글씨로 한자 한자 썼다”고 말했다.

서예 경력 19년 차인 이 씨는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이자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 중견 서예가다. 동시에 그는 담양군의회 3선 의원을 거쳐 현재 전남도의회 의원으로 활동 중인 지역 정치인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는 모두 20점의 작품이 걸렸다. 이 씨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 사자성어(四字成語), 다산 정약용 선생의 글귀,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어록, 김남주 시인의 시 등을 붓글씨로 옮겼다.

특히 그는 교수들이 2024년 올해의 사자성어 중 하나로 선정한 ‘석서위려(碩鼠危旅)’ 문구 옆에 “내란수괴 윤석열의 파면을 바라며”라는 문장을 함께 적었다. 석서위려는 ‘머리가 크고 유식한 척하는 쥐가 나라를 어지럽힌다’는 뜻의 한자성어다.

서예가이자 전남도의회 의원인 이규현 씨가 6일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이 씨는 또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문구를 붓글씨로 쓰고, 옆에 “국민이 주인 되는 주권시대를 바란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이외에도 고 김대중 대통령의 “행동하는 양심”, 고 노무현 대통령의 “사람 사는 세상”, 김남주 시인의 시 ‘자유’ 등 주요 인물들의 어록과 시문도 작품으로 옮겨졌다. 다산 정약용의 “사람들은 가마 타는 즐거움은 알지만, 가마를 메는 고통은 모른다”는 뜻의 ‘인지좌여락 불식견여고(人知坐輿樂 不識肩輿苦)’도 붓글씨 작품으로 담았다.

이 씨는 “우연의 일치로 탄핵 염원을 담은 붓글씨를 모두 쓰고 개인전을 열 때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이 이뤄졌다. 붓에 담은 염원이 이뤄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