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가이자 전남도의회 의원인 이규현 씨가 6일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60대 서예가가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부터 붓을 들고 민주주의의 염원을 담은 작품 활동을 이어오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직후 개인전을 개최했다.
서예가 이규현 씨(67)는 5일부터 9일까지 닷새 동안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민주주의여 만세!’라는 제목의 개인전을 열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부터 올해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까지 122일 동안 매일같이 붓글씨를 써왔다. 이 씨는 8일 “122일 동안 민주주의 염원을 담아 붓글씨로 한 자 한 자 썼다”고 말했다.
서예 경력 19년 차인 이 씨는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이자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 중견 서예가다. 동시에 그는 전남 담양군의회 3선 의원을 거쳐 현재 전남도의회 의원으로 활동 중인 지역 정치인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는 모두 20점의 작품이 걸렸다. 이 씨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 사자성어, 다산 정약용 선생의 글귀, 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어록, 김남주 시인의 시 등을 붓글씨로 옮겼다.
특히 그는 교수들이 2024년 올해의 사자성어 중 하나로 선정한 ‘석서위려(碩鼠危旅)’ 문구 옆에 “내란수괴 윤석열의 파면을 바라며”라는 문장을 함께 적었다. 석서위려는 ‘머리가 크고 유식한 척하는 쥐가 나라를 어지럽힌다’는 뜻의 한자성어다.
이 씨는 또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문구를 붓글씨로 쓰고, 옆에 “국민이 주인 되는 주권시대를 바란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이 외에도 김 전 대통령의 “행동하는 양심”, 노 전 대통령의 “사람 사는 세상”, 김 시인의 시 ‘자유’ 등 주요 인물들의 어록과 시문도 작품으로 옮겼다. 다산 정약용의 ‘사람들은 가마 타는 즐거움은 알지만, 가마를 메는 고통은 모른다’는 뜻의 “인지좌여락 불식견여고(人知坐輿樂 不識肩輿苦)”도 붓글씨 작품으로 담았다.
이 씨는 “우연의 일치로 탄핵 염원을 담은 붓글씨를 모두 쓰고 개인전을 열 때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이 이뤄졌다. 붓에 담은 염원이 이뤄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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