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눈 맞추며 10분 대화… 교우관계-태도 몰라보게 달라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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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자녀를 위한 10분 대화법
재밌었던 일 등 구체적으로 묻고, 바쁠 땐 편지로 주고받아도 돼
마음을 알면 문제 해결도 쉬워져… 혼낼 땐 부모 감정 조절 잘 해야

좌승협 제주 외도초등학교 교사는 첫째 아이에게 “아빠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우주만큼 사랑해”라는 답을 듣고 놀랐다. 아이는 그에게 “동생이 태어나면서 엄마 아빠의 사랑이 작게 느껴졌다”고도 말했다. 좌 교사는 “부모가 자녀와 하루에 단 5∼10분이라도 대화해야 아이의 속마음을 알고 더 사랑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좌승협 교사
좌승협 교사
한집에 같이 사는데도 부모와 자녀가 깊은 대화를 하기 어려운 시대다. 부모는 일하느라, 아이는 학원 가고 숙제하느라 같이 식사하기도 어렵다. 한 공간에 함께 있어도 각자 휴대전화를 보느라 대화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모와 자녀가 매일 단 5∼10분이라도 깊게 대화하면 자녀 학교생활 문제나 심리 상태를 알 수 있다. 특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학기 초에는 부모와 자녀의 대화가 더욱 중요하다. 두 딸 아빠이자 책 ‘하루 10분 마음 대화’를 쓴 좌승협 제주 외도초등학교 교사에게 부모와 자녀의 대화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두 딸과 하루 10분 대화를 실천 중인데, 언제 어떤 주제로 이야기하나.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아이와 대화해야겠다고 생각하기보다는 틈새 시간을 활용하는 게 좋다. 나는 아이가 간식을 먹거나 잠시 쉴 때 대화한다. ‘오늘 학교 어땠어?’ 같은 단순한 질문 대신 ‘오늘 학교에서 첫 번째로 인사한 친구는 누구야?’ 같은 구체적인 질문을 한다. 아이가 질문을 통해 학교생활을 떠올려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화를 못 할 때는 아이 책상에 편지처럼 한두 가지 질문을 적어놓고 답장을 써달라고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는 부모가 자신의 하루를 궁금해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를 받는다.”

―부모가 자녀와 하루에 적어도 몇 분간 대화하는 게 좋을까.

“초등학교 저학년은 한 가지 주제로 최소 5분 이상 대화가 필요하다. 여기서 5분은 연속된 시간이다. 아이와 눈을 마주치며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게 중요하다. 부모와의 대화가 쌓일수록 아이는 ‘지난번에 아빠가 쉬는 시간에 뭐 하면서 노는지 물어봤지?’처럼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며 학교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다. 부모가 하루에 5∼10분만 투자하면 아이 교우 관계와 학습 태도가 몰라보게 성장한다.”

―부모와 자녀의 대화가 중요한 이유는….

“아이와 대화가 잘 이뤄지는 가정은 아이가 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 잘 파악할 수 있다. 부모와 대화를 잘하는 아이는 필요시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아이가 자기 문제를 부모에게 이야기하려면 평소 신뢰가 형성돼 있어야 한다. 아이와 부모 간의 신뢰는 단순히 한집에 있다고 생기지 않는다. 충분한 대화를 통해 감정 교류가 있어야 한다. 아이가 ‘부모님이 내 마음을 알아준다’고 느껴야 한다.”

―자녀와 길게 대화하기 어려워하는 부모가 많다.

“열린 질문을 해야 한다. 단순히 아이가 ‘응’ ‘좋았어’ 식으로 답변할 수 있는 질문을 하면 부모는 또다시 물어야 하고, 아이가 이야기를 이어갈 생각이 없으면 대화는 끝난다. 따라서 ‘친구와 무슨 놀이를 해서 기분이 좋았어?’처럼 대답을 계속 이끌어 낼 수 있는 질문을 던진다. 또 아이가 좋아할 만한 소재를 넣어 질문하면 좋다. 예를 들어 ‘만약 교장선생님이 된다면 뭘 하고 싶어?’ ‘우리 가족을 동물로 소개해 볼까?’ 식으로 물으면 아이도 웃게 되고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질 수 있다.”

―아이가 말할 때 부모는 어떻게 들어줘야 하나.

“같은 공간에서 서로 눈을 마주쳐야 한다. 엄마 아빠는 스마트폰을 보고 아이만 혼자 부모를 바라보는 대화는 안 된다. 부모가 아이의 말과 행동에 감정을 이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역할극을 활용해 볼 수 있다. 아이가 학교에서 발표를 잘해서 칭찬받았다고 할 때 엄마는 선생님, 아빠는 친구 역할을 하면 아이는 신이 나서 말한다.”

―아이를 혼낼 때는 어떻게 대화해야 하나.

“부모의 감정이 격해지면 대화가 어렵다. 단호해야 할 때는 단호해야 하지만 아이 마음을 위축되게 하면 안 된다. 아이는 부모와 대화를 하면서 보고 배운다. 그래서 부모의 감정 조절이 더욱 중요하다.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얘기해줄 수 있어?’ ‘다음에 비슷한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고 싶니?’ 등의 질문으로 아이가 행동과 말을 고쳐 나갈 수 있게 한다.”

―아이를 잘 칭찬해 주는 대화법은….

“구체적으로 칭찬해 주는 게 좋다. 단순히 ‘잘했어’보다는 칭찬받을 상황을 설명하고 부모가 느낀 점을 함께 이야기해 주면 효과적이다. ‘엄마가 깜빡하고 불을 켜고 나왔는데 OO이가 불을 꺼줘서 고마워. 우리 딸(아들) 덕분에 지구가 건강해진 것 같은데?’라고 해보자. 아이에게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방법도 가르쳐 주면 더욱 좋다.”

―아직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워하는 저학년 자녀를 위한 대화법은….

“아이가 가져온 활동 기록물을 활용해 대화하면 좋다. 예를 들어 받아쓰기, 미술 작품집, 가정통신문, 활동지 등을 보며 ‘이 그림을 그릴 때 선생님이 하셨던 말씀 중 기억나는 게 있어?’처럼 묻는다. 구체적인 물건이 있으면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과 행동을 머릿속에서 그려볼 수 있다. 이렇게 연습하다 보면 수업 중에도 선생님 이야기에 잘 집중할 수 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고 함께 대화할 때 방법은….

“나도 2학년 아이에게 책 한 권을 읽어 준다. 아이 혼자 책을 읽게 하기보다는 함께 시간을 내서 읽고 대화하는 것을 추천한다. 호흡을 맞추며 읽다가 궁금한 점이 있으면 서로 질문한다. 질문할 때 아이가 잘 이해했는지 시험해 보자는 생각은 좋지 않다. 그 대신 예를 들어 ‘알사탕’ 책을 읽은 뒤 ‘알사탕을 딱 하나만 먹어볼 수 있다면 어떤 걸 먹고 싶어?’ 같은 질문으로 독서하며 느낀 생각과 감정을 정리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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