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급종합병원 의사 35% 감소…병-의원만 늘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10일 19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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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전공의 병-의원으로…상급병원 입원환자 25% 줄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꼭 1년을 맞은 지난 2월 6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오가고 있다. 뉴스1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꼭 1년을 맞은 지난 2월 6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오가고 있다. 뉴스1
지난해 2월 시작된 의정 갈등 영향으로 상급종합병원 의사가 3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3월 이후 상급종합병원 월평균 진료비는 13%가량 줄었다. 올해도 의료 인력과 진료량이 지난해 이상으로 회복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학 석학 단체인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의정 갈등 1년, 의료의 현주소와 미래를 위한 교훈’을 주제로 ‘제3회 미디어포럼’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 박은철 의학한림원 부원장(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은 국가통계포털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병원급별 의사 수 및 진료량 변화를 분석해 발표했다.

상급종합병원 의사 수는 2023년 2만3346명에서 지난해 1만5232명으로 34.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병원은 2만2401명에서 1만9773명으로 11.7% 줄었다. 반면 병원급 의료기관 의사 수는 1만541명에서 1만1256명으로 6.8%, 의원 의사 수는 5만285명에서 5만4989명으로 9.4% 증가했다.

이는 사직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병의원에 취업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공의는 상급종합병원에서 8397명, 종합병원에선 3314명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병원에 근무하는 일반의는 638명, 의원은 3097명 늘었다.

지난해 상급종합병원 진료비는 총 18조9460억 원으로 전년 20조400억 원보다 5.5% 감소했다. 이는 2024년 1~10월 진료비에 아직 공개되지 않은 11, 12월 치를 추산해 더한 수치다.

의료공백이 발생한 3~10월로 좁히면 진료비 감소 폭은 더 크다. 8개월 동안 월평균 진료비는 1조457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월별로는 3~5월 15.7% 감소 후 6~10월에는 9%대 감소 폭을 유지했다. 박 부원장은 “올해도 지난해 하반기(7~12월)와 유사한 수준으로 상급종합병원 진료비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수도권으로 이직하는 지방 의사들이 늘어남에 따라 지방 대형 병원은 경영난이 더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급종합병원 이용이 제한되면서 1·2차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늘었다. 지난해 3~10월 종합병원의 월평균 진료비는 4.7%, 병원은 11.5%, 의원은 7% 증가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은 지난해 3~10월 입원환자가 25% 줄었는데, 이들의 환자당 진료비는 9.4% 늘었다. 박 부원장은 “비 중증 환자의 대형 병원 이용이 제한되면서 환자들의 평균 중증도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이날 포럼에서 한희철 의학한림원 총괄부원장(고려의대 명예교수) 정부를 향해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 3058명을 조속히 확정하라고 촉구했다. 한 부원장은 “차기 대선을 앞둔 정부가 책임 있게 결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의학교육을 더는 멈춰선 안 된다”며 “정부가 2026년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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