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강성명]“시민 의견 듣겠다”던 부산자경위… 정책자문단 80%가 ‘기업 사장님’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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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명·부산경남취재본부
강성명·부산경남취재본부
최근 출범한 부산시자치경찰위원회(부산자경위) ‘정책자문단’ 구성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대부분 기업 대표 등 상공계 인사들이 많아 민간 자문기구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걱정이 나온다. 일각에선 이 모임이 기업인 민원 창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부산자경위는 지난달 19일 총 50명 규모의 정책자문단을 꾸려 출범식을 열었다. 당일 보도자료를 통해 시민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치안 정책 수립 과정에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중 40여 명이 기업을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각계각층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와는 다르게 지나치게 기업인 일색으로 구성된 것이다.

부산자경위는 생활안전, 교통, 여성·청소년·노인 보호 등 시민 생활과 밀접한 국가 경찰의 업무를 넘겨받아 2021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지방자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게 출범 목적으로 위원장은 부산시장이 임명한다. 부산시와 부산경찰청, 부산시교육청 소속 공무원 등이 파견돼 근무하며 자치경찰사무에 대한 목표 수립과 평가, 주요 정책의 운영지원, 공무원(경찰 등)의 임용·평가, 감사·부패방지·제도개선, 교통업무 등 시책 수립, 주요 사건·사고 및 현안 점검, 공무원의 징계·감찰 요구 등 업무 폭이 넓다. 민간 협력기구인 정책자문단 역할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다.

부산자경위는 출범식 직후 자문단 명단 공개 요청을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그에 반해 다른 지역 자경위는 자문단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었다. 당시 부산자경위 관계자는 “추천을 통해 급하게 구성하다 보니 주로 사회 활동이 활발한 기업인들로 꾸려졌고 양해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명단을 외부에 공개하는 게 적절한지 검토가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기자가 확보한 자경위 명단에는 문제가 많았다. 대학교수는 몇몇 포함됐지만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단체나 일반 직장인, 주부 등 평범한 시민들이 철저히 배제됐다.

2019년 경찰청은 이른바 ‘버닝썬 사태’ 이후 민간 자문기구인 경찰발전위원회의 운영규칙을 뜯어고쳤다. 시민단체, 자영업자 등으로 위원을 구성할 때 특정 직군에 위원 수가 편중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 위원 명단과 회의록을 실시간으로 공개해 투명성을 담보하게 했다.

부산의 한 경찰관은 “버닝썬 사건 때 해당 클럽 주요 주주가 경찰발전위원으로 드러나 유착 고리에 대한 질타가 거셌는데 자경위가 시간을 뒤로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지난달 출범식을 전후로 정책자문단 내에서 300만 원씩 회비를 거두자는 얘기도 나왔다고 한다. 이를 위한 사단법인 구성까지 논의된 것을 확인됐다. 한 자문단 위원은 “상이군경, 탈북민 등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위원은 “부산경찰청장, 부산시정책수석보좌관 등 ‘높은 분’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그 어떤 기업인이 이를 문제 제기할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부산자경위는 이 같은 지적에 정책자문단 구성과 역할을 원점에서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각계각층의 생생한 목소리를 경청하기 위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많은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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