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부산 사상구 학장동 한 횡단보도에 가로 5m 세로 3m 깊이 4.5m 크기의 싱크홀이 발생해 부산시 등이 긴급 보수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이틀 동안 연속해 땅꺼짐(싱크홀)이 발생한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 현장 근처에 비슷한 사고가 반복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모래층으로 이뤄져 가뜩이나 불안정한 지반에 2년 가까이 굴착공사가 계속돼 지반 안전성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 2023년부터 도시철도 공사 구간에 14회 싱크홀
17일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부산도시철도 2호선 사상역과 1호선 하단역을 잇는 총연장 6.9㎞의 사상~하단선의 공정은 72.4%다. 내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2016년부터 시작된 공사는 5개 공구로 나눠 이뤄진다. 하단 쪽인 3~5공구의 작업은 거의 마무리됐고, 1공구(사상역~민창철강) 1.49㎞와 2공구(민창철강~캐스텍코리아) 1.3㎞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공사는 도로 하부 15m 안팎을 파내고 도시철도가 지하에서 운행할 수 있도록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하고 땅을 덮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3일과 14일 이틀 연속 싱크홀이 발생한 것은 1공구 중간 지점인 왕복 4차선의 새벽로 일대(새벽시장 앞~동서고가도로 하부)다. 1공구 공사는 새벽시장 앞까지 끝이 났고, 민창철강까지 약 700m 구간의 콘크리트 구조물 설치 등을 남겨뒀다.
문제는 여태껏 싱크홀이 도시철도 공사 구간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2023년부터 최근까지 사상~하단선 1, 2공구 주변에서만 14회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10여 건의 싱크홀이 1공구 주변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해 9월 21일 최대폭 10m 깊이 8m의 대형 구덩이가 생겨 차량 2대가 추락하는 사고와 이달 2건의 싱크홀이 모두 새벽로 일대에서 발생했다.
13일 오전 부산 사상구 학장동 한 횡단보도에 가로 5m 세로 3m 깊이 4.5m 크기의 싱크홀이 발생해 부산시 등이 긴급 보수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약한 모래층과 도로 아래 굴착으로 위험성 높여”
부산교통공사는 사상~하단선 공사가 싱크홀 발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모래층으로 이뤄져 약한 지반에 지하 굴착공사가 이뤄져 지반 안정성을 더 떨어트리고 싱크홀 발생 가능성을 높였다고 지적한다.
임종철 부산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도시철도 공사를 위해 땅을 파는 과정에 주변 땅이 전반적으로 움직이는 지반의 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 지반에 구멍이 생기고 그 속으로 지하수나 하수 등이 흐르며 특정 지점에 구덩이가 조성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시철도 공사가 새벽로라는 도로에서 진행돼 싱크홀 발생 위험이 커졌다고 지적하는 이도 있다. 통상 도시철도 공사와 같은 대규모 공사는 주택가 아래 등 넓은 공간을 확보해 안전하게 진행해야 하지만, 시민 불편과 예산 문제로 도로 아래에서 진행돼 싱크홀 발생 등 부작용으로 이어졌다는 취지다. 정진교 부산과학기술대 첨단공학부 교수는 “도로 아래에는 이미 상수도관과 가스관, 통신관 등이 대거 매설됐고, 그동안 각기 다른 관리기관이 저마다 보수를 위해 땅을 팠다가 덮길 반복했다”며 “가뜩이나 약해진 지반이 도시철도 공사로 안정성이 더 떨어지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준공까지 1년 8개월 상당 지하 굴착 공사 등이 더 진행돼야 하는 만큼 추가 싱크홀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산대 임 명예교수는 “땅 아래에서 물이 흐르는 것을 막는 촘촘한 차수벽 설치가 필요하다”며 “동서고가도로 아래 싱크홀이 발생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교각 움직임을 감지하는 계측기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시는 새벽로 일대 싱크홀 발생이 잇따르자 15일 박형준 시장 주재 회의를 열고 비상 대책을 발표했다. 이준승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도로지반침하 전담조직(TF)를 구성해 대처하기로 했다. 시는 지반 안전성이 떨어지는 새벽로 인근 12개 교차로 아래를 뚫어 토양 구성과 암반 분포 등을 탐사하는 정밀 지반조사(시공보링) 등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