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걷다 보니 아팠던 마음도 나아”…흙길 걸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17일 1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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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향기 따라 걷다보면 “맨발의 청춘”
경기도, 기존 맨발길 104곳 더해 내년까지 1000개 추가 조성 계획
시민들 “매일 걸어, 건강 되찾아”…파상풍-봉와직염 등 상처 주의해야

“몸 건강에 너무 좋다고 해서 걸어 봤는데 저도 효과를 봤어요.”

16일 오후 경기 성남시 이매동 맨발 황톳길. 50, 60대 시민들이 따뜻한 봄 햇살 아래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로 흙길을 오갔다. 김선국 씨(56)는 “약 1년 전 위암 수술 후 아내와 함께 거의 매일 맨발 걷기를 해 건강을 많이 되찾았다”고 했다. 지난해 7월 개장한 이 구간은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고 땅의 깊이가 비교적 깊어 2번 정도 천천히 왕복하면 1시간 정도 시간이 걸린다. 이곳에 만난 이혜경 씨(64)도 “탄천을 내려다보면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자연을 느낄 수 있다”며 “건강이 좋아졌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꾸준히 맨발로 걸으니 확실히 몸이 가벼워지고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경기도, ‘맨발길’ 1000개 조성 계획

경기도가 건강 증진을 위해 내년까지 603개 읍면동에 1000개의 ‘흙향기 맨발길’을 조성하기로 했다. 우선 올 6월까지 369억 원을 들여 403개를 조성한다. 또 기존 맨발길 104곳은 낡은 세족장과 휴게시설 등을 보완 작업한다. 경기도 관계자는 “맨발 걷기는 자연과 교감하면서 스트레스를 줄이고 지압 효과와 접지 효과로 면역력이 좋아진다”며 “지자체와 함께 도민들이 쉽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자연 친화적인 맨발 길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맨발 길의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한 관리 시스템도 도입할 계획이다. ‘맨발 걷기 가이드’ 서비스를 통해 도민들에게 개인 건강 상태와 걷기 스타일에 맞춘 맞춤형 코스를 안내하고 운영과 관리 매뉴얼도 개발해 건강한 맨발 길을 유지 할 방침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몸도 튼튼해지고 마음도 건강해져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효과까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시군마다 ‘이색 맨발길’ 조성

맨발 걷기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경기 지역 자치단체가 맨발길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주로 부드러운 황토를 깔아 남녀노소 누구나 맨발로 걷기 좋은 길을 만든다.

성남시는 8일에 분당구 대장동 공원 내에 길이 300m, 폭 1.5∼2.5m 규모의 ‘맨발 흙길’을 조성했다. 마사토로 포장해 흙길을 냈고 흙길 주변엔 자작나무와 비비추, 꽃잔디 등을 심어 ‘맨발의 정원’을 연출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민선 8기 동안 위례 등 11개의 맨발 길을 만들어 58만여 명이 다녀갔다”고 설명했다.

남양주시 금대산 황톳길은 수도권 맨발 걷기 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도심지 생활권 내 숲길이 조성된 데다 높이 89m, 길이 1.8㎞의 소규모 산이다 보니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게 남양주시의 설명이다.

이색 맨발길도 호응이 좋다. 화성 제부도 매바위는 썰물이 시작되고 모랫바닥에 물기가 남아 있을 때를 잘 맞추면 바닷물에 잠긴 모래밭을 걸어볼 수 있다. 또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 메타세콰이어길은 풍부한 피톤치드와 한여름에도 푸르른 녹음 아래 맨발 걷기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하남시는 최근 미사 강변 뚝방길에 4.9㎞ 모래 맨발 길을 조성해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게 했다.

경기도는 맨발 걷기를 할 때 상처에 의한 감염을 막기 위해 파상풍 예방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기도보건소 관계자는 “요즘 맨발 걷기를 무턱대고 하다 봉와직염 등이 생생기는 환자가 늘고 있다”며 “사람들이 걷는 길만 걷고 쇳조각 등을 잘 피해야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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