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만족 남도여행] 광주 옛 도심 골목길
1990년대 중심지 역할 ‘동리단길’
기독교 역사가 가득한 ‘양림동’
문화전당 개관하면서 활력 찾아
광주 옛 도심 골목길에선 사람 사는 정이 묻어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주변 옛 도심은 광주의 역사, 문화, 예술, 자연이 어우러진다. 도심 풍경과 어우러진 야간 경관도 아름답다. 문화전당을 출발해 골목길 구석구석을 걷다 보면 시간의 흐름 속에 남아 있는 옛 정취와 예술여행도시 광주의 매력을 만날 수 있다.
젊음과 골목길 추억을 만나는 동리단길
추억이 묻어나는 동리단길 골목길에는 청년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카페, 음식점, 한정식집 등 가게 500개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광주 동구 제공
문화전당 도로 건너편은 광주의 동리단길로 불리는 동구 동명동이다. 동리단길은 동명동과 서울의 ‘핫 플레이스’ 경리단길의 합성어다.
동명동은 본래 일제강점기에 철거된 광주읍성의 동문 밖 동계천 주변에 형성된 주거지였다. 광주 최초의 호텔, 고위 관료 관사, 대사관, 교도소 등이 있었고 현재는 서석초등학교, 옛 금호문화재단 등 유서 깊은 건축물들이 남아 있다.
동리단길은 광주의 역사, 교통, 교육, 행정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고급 주택, 한옥이 많아 부촌(富村)으로 불렸다. 문화전당 자리에 있던 전남도청이 2005년 전남 무안군으로 이전하면서 활력을 잃은 뒤 학원가를 형성하면서 카페가 번성했다. 주부들이 자녀가 학원 공부를 마칠 때까지 기다리기 위해 카페를 자주 이용하면서다. 2015년 문화전당이 개관하면서 카페, 음식점, 주점이 잇따라 들어섰고 활력을 되찾았다.
동리단길에서는 추억이 묻어나는 정든 골목길 가게들을 만날 수 있다. 현재 이곳엔 카페 50개를 비롯해 음식점, 한정식집 등 문화전당 상생협력가게 500곳 정도가 2㎞가량 거리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회사원 장모 씨(27·여)는 “동명동 카페촌에서는 맛깔 나는 요리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11월 가을이 되면 각 카페의 매력을 담은 커피를 한자리에서 마실 수 있는 동명커피산책이 열린다. 광주 동구 제공동리단길에서는 다양한 행사도 진행된다. 매주 토요일 서석초등학교 앞에서는 사회적 경제 기업들이 각종 소품, 음료, 음식 등을 파는 시장이 열린다. 11월에는 커피 축제인 ‘동명커피산책’이 열려 각 카페의 매력을 담은 커피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동리단길에는 광주의 대표 관광안내소인 여행자의 집이 있다. 여행자의 집은 토요일마다 예술가과 함께하는 문화 체험 프로그램 ‘머물다, 가(家)’를 운영한다. ‘머물다, 가(家)’는 여행자들이 머물며 즐길 수 있는 케이크·팔찌·신발·장식품 만들기 프로그램으로 이뤄져 있다. 남병효 동명공동체상생협의회 회장(56)은 “동리단길은 주변에 아파트가 없고 작은 골목길이 이어져 사람, 건축물 등 옛 골목문화를 느낄 수 있다”며 “음식, 음료도 브랜드가 아닌 청년들이 각자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예루살렘 양림동
광주 남구 양림동은 20세기 초 미국 선교사들이 세운 주택 등 다양한 건물과 유적들이 남아 있다. 광주 남구 제공문화전당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광주 남구 양림동에 다다른다. 양림(楊林)이라는 동네 이름답게 버드나무가 숲을 이루고 호랑가시나무와 다형 김현승 시인의 작품 모태인 플라타너스까지 더해져 푸르다.
양림동은 20세기 초 대한제국 시기에 광주로 들어온 미국 선교사들이 교회, 병원을 세워 ‘한국의 예루살렘’, ‘서양촌’이란 별명을 얻었다. 1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의 건물과 유적들이 남아 있다.
기독교병원 뒤쪽 골목길을 따라 200m 정도를 올라가면 광주시 기념물 17호 호랑가시나무가 있다. 뒤편 언덕에는 광주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식 주택인 우일선 선교사(1880∼1963) 사택이 있다. 미국인 선교사 오웬은 양림동에 정착해 교회와 학교를 세운 뒤 의료와 교육 활동에 매진했다. 수피아여학교를 설립한 배유지 선교사(1868∼1925)를 추모하기 위해 1921년 건립된 배유지기념예배당, 피터슨·허철선 선교사 사택도 있다.
양림동 가운데 기독간호대 옆에는 선교사 오웬, 어비슨 기념관과 광주의 어머니로 불리는 조아라 여사(1912∼2003) 기념관이 있다. 양림동에는 카페, 식당 등 80곳이 있어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서울에서 양림동을 찾은 이모 씨(46·여)는 “교회 건축물과 기록이 많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골목길이 오밀조밀해 예쁘다”고 말했다.
양림산 옆 사직공원 자락에 자리한 최승효(옛 최상현) 가옥과 이장우(옛 정병호) 가옥은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집이다. 이들 가옥 주변에는 양림미술관, 화가 한희원 미술관, 정자인 양파정, 고광표 가옥이 있다. 양림마을 내에 위치한 펭귄마을은 2013년부터 마을 주민들이 각종 재활용품을 소재로 만든 정크아트(쓰레기예술) 단지다.
양림동 옆에 사직공원은 아름드리나무, 꽃이 잘 어우러진 도심정원으로 유명 시인들의 시비 10여 개가 있다. 광주 남구는 오웬기념각, 우일선 선교사 사택, 선교사 묘역, 수피아 홀, 커티스메모리얼 홀, 윈스보로우 홀, 수피아여고 소강당 등 선교사 유적지 7곳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임현숙 양림동 전 주민자치회장(56)은 “양림동은 기독교 문화 역사가 가득해 선교 투어를 하러 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시인들의 흔적도 많아 한국의 문화, 문학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