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만족 남도여행] ‘맛의 수도’ 전남으로 떠나는 미식 여행
자연환경 뛰어나 제철음식도 다양… 생고기-홍어삼합 등 반찬만 30가지
김치류도 발달해 골라먹는 재미 쏠쏠
10월엔 목포서 ‘남도국제미식박람회’
맛깔스럽게 한 상 가득 차려진 남도 한정식. 강진군 제공
여행의 참맛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 그리고 먹을거리에 있다. 예향 남도는 예로부터 맛의 본향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맛깔스러운 남도 음식의 비결은 자연환경이다. 기름진 평야에서 나는 곡물과 채소, 청정 바다와 갯벌에서 건져 올린 싱싱한 해산물이 여행객의 입맛을 돋운다. 거기에 넉넉하고 푸짐한 정(情)은 덤이다. 맛의 성지이자 미식의 수도인 전라도의 음식 한 그릇에는 자연의 선물과 도시의 시간, 사람의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있다. 남도의 밥상이 잊히지 않는 이유다. 세상이 푸른 숨결로 깨어나고 나뭇가지마다 생명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날, ‘맛의 수도’ 남도로 미식 여행을 떠나보자.
남도는 ‘맛의 성지’이자 ‘미식의 수도’
남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꼽으라 하면 이 고장 사람들도 쉽사리 한 가지 음식을 고르기가 어렵다.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나고 자란 신선하고 다양한 식재료가 넘쳐나고 무엇보다 맛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동시에 실제로 손맛도 뛰어나서다.
그렇다면 어떤 음식을 먹어야 잘 먹었다고 말할 수 있고, 남도를 방문한 손님들에게 어떤 음식을 추천하는 게 좋을까. 바로 푸짐하고 정갈하게 한 상 가득 차려진 남도 한정식이다. 가성비 좋은 구성으로 지역의 대표 음식들을 한 번에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남도 한정식은 계절에 따라 음식이 바뀐다. 마치 계절이 옷을 갈아입듯 울긋불긋 밥상 위가 변화무상하고 시끌벅적 요란하다. 그날그날 올라오는 식재료로 바로바로 조리하기 때문에 밥상을 받기 전까지는 어떤 음식이 올라올지 모른다. 그래서 밥상에 차례차례 오르는 음식을 일별하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것이 아니다. 해산물을 한번 보자. 봄에는 병어·새꼬막·낙지·맛조개·주꾸미, 여름에는 민어·대하·전어·문어, 가을부터는 낙지·굴·참꼬막, 겨울에는 매생이·홍어를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홍어삼합
떡갈비
생고기반찬 가짓수가 많게는 30개가 넘는 남도 한정식에서 생고기, 홍어삼합, 떡갈비, 보리굴비, 간장게장, 가자미찜 등은 절대 빠지지 않는 음식이다. 남도 사람들은 이 음식이 나오지 않으면 한정식집으로 치지 않는다. 이들 음식은 남도의 ‘소울 푸드’라 부를 만하다.
한정식을 맛있게 먹는 요령이 있다. 음식은 대부분 주문과 함께 신선한 재료로 준비하므로 하루 전에는 예약해야 한다. 또 한정식은 나오는 순서대로 찬 음식은 차게, 더운 음식은 뜨거울 때 먹어야 제맛이다.
남도 한정식은 해산물과 장(醬)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특히 저장 음식으로 감태지, 묵은지, 홍갓김치, 고무마순김치, 열무김치, 파김치, 깻잎김치 등 김치의 종류가 다양하다. 발효에 관한 천혜의 환경이라 발효 음식의 비중이 큰 것도 한정식의 특징 중 하나다. 한정식에서 양념 젓갈의 비중이 큰 이유가 이 때문이다. 김치류가 발달한 남도에서의 젓갈 문화는 한정식의 기반이자 밑거름이라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남도 한정식을 눈여겨봐야 할 것은 토호 가문의 가문 음식과 유배 온 중앙 사대부 집안의 음식, 이들의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음식들이 지금의 품격 있는 남도 음식의 주요 성장 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남도의 맛’을 세계로
음식은 지역의 정체성과 함께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이다. 음식 유산 보존에 있어서 가장 우선돼야 하는 게 제조 기술이다. 전라도에는 많은 명인이 제조 기술 보존과 전승을 위해 혼을 담아 남도 음식의 명맥을 잇고 있다. 음식 문화의 발전은 전통의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이 과정에서 시대성과 전통의 조합이 이전보다 더욱 중요해진다. 높아진 한식의 위상과 경험으로 전 세계 미식가들이 남도 음식을 주목하고 있다.
2025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 포스터.남도미식의 세계화를 위한 국제행사가 10월 전남 목포에서 개최된다. 남도미식의 가치와 위상을 높이고 ‘K-푸드의 원류, 전남’ 브랜드를 구축하는 ‘2025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다. 10월 1일부터 26일까지 목포문화예술회관(주 행사장) 및 평화광장·원도심 일원에서 펼쳐지는 박람회는 남도미식의 진수와 전통, 자부심, 글로벌 경쟁력, 발전 가능성 등을 집중 조명하고 푸드테크, 대체식품, 조리로봇 등 첨단 신기술을 체험하는 장이다.
박람회는 남도 음식과 식자재의 글로벌 레시피를 개발, 보급하고 도내 기업 해외시장 진출을 도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심우정 전남도 관광과장은 “1994년부터 2023년까지 ‘남도음식문화 큰잔치’를 개최했던 경험이 국제행사를 치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관은 주제관·미식문화관·K-푸드 산업관·식품산업관 등 4개관으로 꾸려진다. 주제관은 남도미식의 가치, 정체성, 세계적인 위상, 경쟁력, 지속가능한 미식 산업의 미래를 미디어 아트, 그래픽 패널 등 첨단 전시 기법으로 보여준다. 미식문화관은 남도 음식 명인, 전남 22개 시군, 남도 100년 식당 등 대표 미식 및 식자재를 전시하고 시식 체험하는 장이다. K-푸드 산업관에서는 국내 대표 K-푸드 기업과 도내 주요 식품기업, 간편식 및 밀키트 기업, 비건, 할랄식품 기업 등을 홍보하고 국내외 바이어를 초청해 수출상담회도 연다. 식품산업관은 푸드테크, 대체식품, 주방기기, 로봇조리도구, 포장용기 등 관련 분야 첨단 신기술을 전시하고 체험하는 장으로 꾸며진다.
미식박람회이니만큼 경연 및 체험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메인 무대에서 K-푸드 국제 아마추어 셰프 경연, 남도 미식 청년 셰프 경연, 소믈리에 선발 경연이 펼쳐진다. 남도 미식 스탬프 투어, 각 지역별 식재료를 이용해 남도의 한식 메뉴를 소개하는 오늘의 K-푸드, 남도미식 중 와인과 페어링하기 좋은 메뉴를 선정해 미식 셰프의 즉석요리와 함께 진행하는 남도미식과 주류 페어링이 눈길을 끈다. 박람회장 일원에서는 남도 주류페스타, 세계김밥페스티벌, 목포 해상W쇼 등이 펼쳐져 맛과 흥을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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